프롤로그. 1-기다림과 밀도의 시대를 복원하다

첫 번째 프롤로그 프러포즈, 기록이 결국 다음 시대의 강력한 씨앗으로

by황규석
1호는 목차가 없고 편지의 자기 소개서 중심

낭만적인 영화광들의 순수한 시대가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표지로 나온 영화잡지 월간 SCREEN 1993년 8월호. 매월 서점에서 잡지를 사보던 내가 엽서를 보냈고 그 내용이 독자게시판에 실렸다. "영화자료를 나누고... 영화세상을 만듭시다" 짧은 몇 마디가 실렸다. 그리고 그 내용을 친구들이 편지와 엽서를 보내왔다. 그렇게 나와 그들은 안테나의 주파수를 맞추고 편지를 통하여 영화 통신을 시작했다.


지금처럼 영화 정보가 넘쳐나던 시대가 아니었다. 독립영화는 극장에서 만날 수 없었고, 예술영화는 입소문으로만 존재했다. 인터넷은 없었고, 지역에는 더더욱 없었다. 그 시절 대전에서 만들어진 관객집단 ‘영화세상’은 단순한 동호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영화를 통해 내가 사는 슬롯와 세계를 이해하려 했던 사람들의 작은 문화운동이었다. 그리고 '영화세상'이 1996년 6월 만들어진 대전 시네마테크 컬트를 운영하면서 상영 공간이 확보되자 그 영화 운동은 실질적으로 넓게 확장되었다.


우리는 영화를 많이 자주 보았고, 그 감정을 이야기했고, 남겨진 마음을 글을 썼고 그것을 모아 내게 주면 나는 그것을 묶어서 소식지로 만들어 기록했다. 그 기록이 바로 51권의 소식지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많은 지역의 영화 문화운동이 사라졌다. 다행히 조금씩 부활하는 시점이다. 간판은 기억으로만 존재하고 정신은 사라졌다. 이름은 남았지만 기록은 유실되었다. 1990년대 지역 영화운동의 현장은 대부분 개인의 기억 속에서만 떠다닌다. 기억은 늙고, 사람은 사라진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결국 존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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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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