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남자가 되기 위해 올라온 게 아니라 이 판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통유리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야경은 마치 발밑에 흩뿌려진 보석 가루 같았다.
어두운 조명 아래, 서아린의 붉은 드레스 자락이 침실 대리석 바닥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그녀는 풀어진 태성의 넥타이를 손가락에 감아쥐며, 태성의 가슴팍에 천천히 이마를 대었다. 단단하게 단련된 태성의 몸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차가운 우디 향이 그녀의 감각을 어지럽혔다.
"윤태성 씨…… 아니, 태성 씨."
서아린이 나지막하게 숨을 내쉬며 태성의 턱선을 따라 손가락을 올렸다.
"내 인생에 이렇게 겁도 없이 걸어 들어온 남자는 당신이 처음이야. 다른 남자들은 제국일보라는 이름 앞에서는 납작 엎드렸고, 내 얼굴 앞에서는 얼빠진 표정으로 헛소리나 해댔지. 하지만 당신 눈엔…… 야망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여."
태성은 서아린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당겼다. 밀착된 두 사람의 숨소리가 어두운 정적 속에서 짙게 얽혔다.
"야망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서 이사장님."
"아린이라고 불러."
서아린이 태성의 입술을 가볍게 스치며 은밀하게 속삭였다.
"나를 이용해 제국일보의 로비 리스트를 손에 넣고 싶다면, 내 남자가 되어봐. 비즈니스 파트너로서가 아니라…… 진짜 나를 지배하는 남자로서."
태성의 눈빛이 한층 더 깊고 날카롭게 빛났다. 태성은 서아린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싸 쥐며 그녀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저는 누군가의 남자가 되기 위해 올라온 게 아닙니다. 이 판의 주인이 되기 위해 올라왔죠. 당신도 그걸 원해서 나를 선택한 것 아닌가요?"
서아린의 입가에 닿은 미소가 짙어졌다. 자신에게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주도권을 쥐려는 태성의 모습에, 그녀는 미칠 듯한 쾌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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