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를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24년이었다. 어느새 3년째, 해마다 1000m가 넘는 7개의 봉우리를 모두 올라갔다. 처음에는 단순히 산을 한번 올라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과연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한 걸음씩 정상을 향해 내딛는 동안 두려움은 조금씩 믿음으로 바뀌었다. 산은 나 자신을 믿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계절마다 산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 주었다. 겨울과 봄 사이에는 하얀 눈이 능선을 덮어 장엄한 풍경을 만들었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숲은 짙은 초록과 시원한 바람, 따뜻한 햇살을 주었다. 같은 산이라도 계절이 바뀌면 전혀 다른 산이 됐다. 산행은 언제나 처음처럼 설렌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산 때문이었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음은 이미 산을 오르고 있었다.
혼자 오르는 산에는 여유가 있다. 힘들면 잠시 쉬어 가도 되고, 물 한 모금 마시며 바람의 결, 햇살의 온기,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와 새의 지저귐은 가만히 들어보는 이 순간이 나만의 고요의 시간이다.
가파른 오르막에서 힘겹게 발을 내딛는 순간마다 삶을 떠올리게 된다. 쉬운 길보다 힘든 길이 더 많은 것이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 그러나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시간을 견디고 정상에 서면 모든 고단함은 잊힌다. 흠뻑 젖은 땀마저도 성취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그 포만감 때문에 다시 산을 찾게 되는지도 모른다.
정상에서는 세상이 한층 넓어진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줄기와 하늘을 바라보며 김밥 한 줄, 생수 한 모금으로도 충분한 행복을 느낀다. 그 순간만큼은 복잡했던 생각들도 바람에 실려 멀어지고,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산은 부족한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는 나를 묵묵히 품어 주었다. 그것이 내가 계속 산을 오르는 이유다.
영남알프스 7개의 봉우리는 모두 다른 개성을 품고 있다. 천황산은 비교적 편안한 걸음으로 오를 수 있는 친근함이 있고, 운문산은 겨울 산행의 묵직한 긴장감을 안겨 준다. 가지산은 가장 높은 만큼 정상에서의 성취감도 가장 크다. 고헌산은 완만한 능선의 매력이 있고, 영축산은 시원하게 펼쳐진 정상 풍경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간월산과 신불산은 하나의 능선으로 이어져 함께 걷는 즐거움이 있다. 같은 영남알프스지만 봉우리마다 다른 표정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산은 속도를 경쟁하는 곳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빨리 오르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결국 정상에 선다는 단순한 사실을 배웠다. 그 깨달음은 산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일상에서도, 일에서도, 바카라을 읽는 시간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이어졌다.
독서도 산행과 닮았다. 한 권의 바카라을 끝까지 읽는 과정은 정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산행과 비슷하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붙잡고 질문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시간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바카라은 생각의 근육을 키워 주고, 산은 삶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3년 동안 영남알프스 1000고지 7봉우리를 완등하며 내가 얻은 것은 메달도 기록도 아니다. ‘해냈다’라는 성취보다 더 큰 선물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었다. 1월부터 5월까지 주말마다 다른 들머리에서 정상을 향해 걸었던 시간은 내 삶에 새로운 의미를 남겼다. 강상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