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종죽, 금강송 호젓한 바람 스치는 아홉산숲

by강상도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아홉 개의 골짜기를 품은 아홉산이 있다. 이곳에는 40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홉산숲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고요다. 도시의 소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숲길을 걷다 보면 귓가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 소리와 새소리만 들려온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마음속 복잡한 생각은 조금씩 비워지고, 숲에 스며드는 평온함은 분주했던 일상을 내려놓게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산바카라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아홉산숲은 남평 문씨 집안이 9대에 걸쳐 가꾸고 지켜온 숲이다. 약 52만㎡에 이르는 숲 곳곳에 400년 동안 자연을 지켜온 시간과 흔들림 없는 고집스러운 정성이 켜켜이 쌓여 있다.


숲에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맹종죽과 은은한 향기를 품은 편백나무, 400년을 견딘 금강송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특히 금강송 군락은 일제강점기에 문중이 놋그릇을 내어주면서 지켰다.


편백 오솔길에서는 은은한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상쾌한 숲 내음이 몸과 마음을 맑게 해 주고, 길을 걷다 우연히 청설모를 마주하는 순간에는 자연이 선물하는 작은 신비로움에 미소가 절로 난다.


맹종죽숲은 아홉산숲의 백미다. 100여 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맹종죽이 숲을 가득 채워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약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지는 산바카라길은 대숲과 편백숲, 금강송 군락을 차례로 만나게 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숲은 걷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하고 오감을 깨우며 자연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게 한다.



아홉산숲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 ‘군도’ ‘협녀’ ‘대호’와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이 이곳에서 촬영했다.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한여름이면 사람들은 시원한 계곡과 바다를 찾는다. 그러나 아홉산숲에서는 또 다른 피서를 만날 수 있다. 호젓한 바람이 스치는 대숲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뜨거웠던 마음마저 서늘해지고, 조급했던 걸음은 어느새 느려진다. 숲은 아무 말 없이도 지친 삶에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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