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산이 가르쳐준 한 모금의 짜릿함

by강상도

영남알프스 중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를 가진 운문산(雲門山·해발 1195.1m)을 찾았다. 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의 경계에 자리한 이 산은 남쪽은 가파르고 능선이 짧았지만, 북쪽은 완만하고 길게 이어진다.


산행은 밀양 산내면 삼양복지회관 주차장에서 시작했다. 최근 등산 인구 증가로 주차장은 이른 시간부터 붐볐다. 들머리로 향하는 길에는 과수원이 이어졌고, 농사철을 맞은 농가의 분주함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했다.


운문산은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충분한 물과 간식, 체력 준비 없이 오르기에는 부담이 큰 코스다. 아랫재까지 이어지는 오르막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와 새순이 돋아난 숲의 싱그러움은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맑고 청량했다. 숨이 가빠질 즈음 도착한 아랫재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등산객이 쉬어가고 있었다. 아랫재에서 정상까지는 1.5km 남짓이지만, 경사는 더욱 가팔라진다.



산길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드문드문 피어 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거친 산세 속에서 봄의 온기를 전하기에는 충분했다. 로프를 잡고 오르는 구간과 이어지는 계단을 지나자 정상에 이르렀다. 정상에서 마주한 풍경은 이름 그대로 ‘구름의 문’이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구름이 산자락을 감싸며 아랫마을을 포근히 품고 있었다. 겨울 산행에서 보았던 풍경과는 또 다른 조망을 지니고 있었다.


하산길 또한 긴장의 연속이다. 산은 오르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에서 더 많은 주의를 요구한다. 아랫재에 이르러 숨을 고르고 물을 마셨다. 오를 때는 보이지 않던 들꽃들이 시야에 들어왔고, 맑은 새소리가 산의 고요를 깨웠다. 멀리 떠가는 구름 한 점은 또 다른 여정을 떠나는 듯했다.


왕복 약 네 시간의 산행을 마치며 다시 한번 느낀다. 산은 누구에게나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임을. 철저한 준비와 자신의 속도를 지키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단순히 오르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산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샤워한 뒤 마신 시원한 맥주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 그 짧은 순간의 짜릿함이 다시 산을 찾게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오르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남긴다. 그 의미는 결국 우리의 삶과 닮았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이전글삶의 온기가 깃던 곳 전통시장에 다녀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