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ble light

4. 먹구름 뒤에 비구름

by콩두부





꿈에서 깨어난 언니의 발 끝 너머 검 푸른 새벽빛이 벽을 타고 있었다. 새벽빛은 네모난 창문 모양으로 주변을 푸르게 만들었다. 꿈속의 빨간 마을에서 춤을 추고 머리를 마구 흔들었기 때문이었는지 언니는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심장에 펌프질을 하듯 크게 울리던 음악소리 대신 정적과 고요만이 푸르게 내려앉았다. 언니는 두 눈으로 그 네모나고 푸른 새벽 조각을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꿈속에서 깨어났을 때는 온통 파란 나무, 파란 하늘, 파란 숲과 구름들이었다. 덩그러니 놓인 집의 굴뚝에는 따뜻한 연기도 나오지 않았다. 몸서리치게 추운 공기는 아니었지만 축축하고 서늘한 공기가 어깨와 다리를 끈질기게 잡아내리는 듯했다. 파란색 새들은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날아다녔는데 새소리는 나지 않았다. 언니는 파란 집으로 들어갔다. 조금은 따뜻해질 것이라 기대했고 다행히도 집 안은 따뜻했다. 두 무릎을 가슴팍으로 모으고 길고 좁은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먹구름과 비구름이 경주하듯 움직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는 비가 내리는지 빗소리가 들렸다. 한참을 집 안에서 구름을 구경하고 소리 없는 새들을 바라보다 보니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집 안은 따뜻했고 쉬지 않고 내리는 비는 자신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났다고 했다. 치밀하고 무거운 슬픔이 언니의 마음을 진흙탕으로 만들었다.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비를 바라보니 그 진흙탕은 웅덩이가 되어갔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잠에서 깬 언니는 전화를 받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익숙한 번호인 것 같아 전화를 받았다. 몇 달 전 신청해 둔 뜨개교실에 자리가 생겼다는 전화였다. 조금 더 고민해 보겠다는 말을 끝내고 다시 침대 끝자락에 비스듬히 누웠다. 검푸른 새벽빛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아이보리 빛을 띠었다. 관자놀이와 젖은 옆머리에도 아침 햇빛이 부드럽게 비췄다. 하얀 햇빛이 쉴 새 없이 눈가의 눈물자국을 어루만지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