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무렇지 않은 척, 입술을 꾹 깨물었다.

by삼육오늘


인천공항


부모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천직이라고 믿었던 내 첫 번째 직업을 위해 나의 시간을 기꺼이 바치며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 선택은 단순했다. 나는 여느 여학생들처럼 미술을 좋아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미술을 좋아하니깐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순진하게 화려한 미래를 너무 쉽게 꿈꿨다. 그곳의 현실은 내 기대와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왜 몰랐을까? 현실과 이상의 거리가 너무 멀면 어떤 결과에도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일하는 과정은 고돼도 재밌기도 했지만, 나는 패션 산업의 보수적인 문화까지 포옹할 수 있는 그릇 큰 사람은 아니었다.


목표가 조금 바뀌었다. 뭐가 되는 것보다 일단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었다.








유학을 가고 싶다고, 이 길이 내 길이라며 가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며 씩씩하게 준비해 왔는데, 막상 오랫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있을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사실 이런 코끝 시린 장면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일찍부터 꽤나 독립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기에 ‘눈물의 공항씬’은 아예 머릿속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걱정과 슬픔이 가득한 엄마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 아무렇지 않은 척 참고 또 참았다. 웃는 모습으로 인사해야 떠나는 내 마음도, 타지에 딸을 보내는 부모님의 마음도 덜 걱정하실 텐데 자꾸 목 끝으로 뜨거운 감정이 올라온다. 애써 태연한 척하는 나에게 엄마는 언제 챙겨 오신 건지 이건 다 먹고 가야 된다며 내 입에 한약 한 봉지를 급하게 물려주신다.




나는 씩씩한 첫째 딸이다.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내가 부모님께 해 드릴 수 있는 유일한 효도라고 믿어왔다. 평생 떨어져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슬픈 건지.... 서로의 안녕을 약속하고 뒤돌아서자마자, 힘들게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혼자만 눈시울 붉어져 훌쩍거리는 내 모습이 창피해 애써 다른 생각을 해보려 노력했지만 한번 터진 눈물은 멈추기가 어렵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 나만 다른 장르 속 사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