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담으면 더욱.
오늘, 오래도록 썼던 휴대용 키보드를
사실 잘 알지 못하는 지인에게 주었다.
이 키보드는 처음 장만할 때
정말 거의 모든 휴대용 키보드를 찾아보고 구매를 했고,
정말정말 만족스럽게 잘 쓰고 있던 것이었다.
우선 이 키보드는
지난주 잃어버렸다가 오늘 찾은 것으로,
그동안 이미 새 중고키보드를 마련했기에
그가 필요하다고 해서
(심지어 자기 달라고 직접적으로 말함...)
주었다.
낡은만큼 나에게는 소중한 것이었다.
그래도
내가 그를 잘 알지 못하지만
내게서보다 그에게서 더 많이 쓰일 것이라면
그리고 완전 모르는 남에게는 낡아서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면
그는 이걸 보고 달라고 했으니 조금 더 많이 잘 써 줄 것이라면
그래도 그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고장 나면 고쳐 쓰는 마인드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컴퓨터도 10년째라고 말해줌...)
그에게 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는 판단을 하였다.
신기하게
이 키보드 분실 사건은
이 키보드가 그에게 가기 위한 사건인 것 같아서
자꾸 생각난다.
분실장소와 찾은시간이 너무 절묘하다.
새 주인에게서
나와 있던 것만큼, 아니 더 많이
열일하거라!
그리고
그 케이스로 썼던 파우치는 이제 어디에 쓸지도 생각해 본다.
거의 16년 전, 일본 방문 때,
대학선배의 일본친구의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다.
(일본은 참 그런 선물문화가... )
나같이 생판 모르는, 정말 건너건너건너의 아는 누군가에게도 잠깐 일본 방문 왔다고 선물을 주고
그가 내게 이걸 전할 때, 옆에서 딸이 뭐 이런 걸 주냐고 하니
어머니는 여자는 이런 게 어떻게든 쓰인다고, 주머니는 어떻게든 쓰인다고 하며 주셨다.
참
그 말대로 잘 쓰였다. 저렇게 해지도록 쓰고 있고, 저걸 어떻게 수선하나, 해진 부분 잘라버릴까 덧댈까 상상하며 갖고 다니던 중인데
우선 잠시 두고 있어 보게 되었다.
그가 준 것은 자크도 고장 안 나고 튼튼하고, 정교한 레이스 장식이 있고, 패브릭 재질도 고급스러워서
가능한 영원히 쓸 수 있을 퀄리티의 것이었다.
그가 어느 저렴한 것을 주었다면
조금 쓰이고 버려졌을지 모른다.
물건은 이렇게 순환한다.
쓰레기봉투에 버려지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