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곱다 vs. 손이 곱다

고운 손을 가진 여인은 우아한가

by클라 Klarblau

어려서부터,

손이 고우면 고귀하게 살고, 고귀하면 손이 곱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래서 손 관리를 잘하면 좋다고 했다.

그런데

난 우아하고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내 손으로 많이 만들고

뭐 많이 묻히며 내 손의 감각으로 뭐 많이 만지며 살고

그러다 보면

상처도 나고 먼지나 물건의 가루도 많이 만질 테고

손 씻을 일도 많고 물 묻힐 일도 많을 거고

그렇게

나중엔 거친 손, 강한 손, 삶의 연륜이 보이는 손을 갖고 싶었다.




요즈음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 찍게 되면서 내 손이 나올 일이 많다.

내가 봐도 많이 낡은 나의 손


어렸을 땐 손이 나와도 거슬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손의 주름이나 손톱의 모양새가 눈에 뜨인다.

10대 20대의 손이 아닌 것 같다.

점점 내 손의 힘도 감각도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더 닳기 전에 열심히 더 써주고

천천히 깊이 움직여야겠다.

그리고 조금 더 손을 바라봐줘야겠다.


그동안 이 손 덕분에 정말 많은 것을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것을 해 올 수 있었다.


고맙다.




예전엔

피부에 화장품을 바르며 내 몸에 화학성분을 일부러 들이미는 작용이 싫었다.

근데 이제 성장기는 한참 지났으니

남은 인생 몇십 년, 슬슬

몸에 독 좀 발라가며 피부를 좀 커버시켜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손이 고운 것과 피부가 고운 것은 다르다.

피부의 상태는 오장육부에서 우러나오는 것 아닌가

하지만 손은 속이 건강해도

많이 사용하다 보면 주름도 더 생기고 상처도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맑고 고운 피부와 거친 손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