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사이 길게 가려면 글로 친해지고 봐요. 되게 반가워요.
제가 소리소문없이 바쁜 거야 뭐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계속 그 모드로만 살면 아무도 못 만나니까 '왜 나는 소중한 사람 만날 시간도 못내는가' 자괴감과 후회가 밀려오는 날이 가끔 있어요.
언제 새 사무실에 놀러오라고 하셨는데 '시간 꼭 내서 만나러 가겠다' 약속하고 1년이 지나버린 뒤 늦은 시점에, 몽뜨허브 조명주 대표님께 축하도 드릴 겸 인사할 겸해서 '코스모뷰티서울 2026' 40주년 삼일째 되는 마지막 날 오후 전시회에 불쑥 찾아갔어요.
글로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 보고 누군지 알게 되고 친해지면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어도 오랜만에 만난 좋은 친구 같아요. 그래서 참 좋더라구요.
사실 아무리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도 제대로 잘 알기 어려운 게 또 사람이고, 편하다는 느낌을 저도 상대에게 무조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세상 모든 이가 한 번의 만남 후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더라구요.
각자 느끼는 친밀도와 편안함을 느끼는 심리적 거리는 다르고, 서로 그 시간에 다른 방해없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야 거리낌 없이 여러 가지 이야기들 사이 사이 다양한 주제를 넘나 들 수 있고요.
좋은 사람인 척은 누구나 멀리서 할 수 있지만 누가 누군가에게 사람이 사람에게 고작 감투 하나 썼다고 뭐라도 된 듯이 함부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싶기도 해요. 이런 여러 번의 크고 작은 경험은 제가 아무나 신뢰하고 순수하게 사랑하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남겨서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라는 한 줄에 대한 다양한 입장의 서사가 일관성 있게 한 방향으로 충분히 쌓여야만 제가 부끄럽지 않게 지지 선언을 할 수 있더라구요. 평판 튀지 않게 잘 사는 게 대단히 어렵겠죠?
되게 나쁜 사람, 주변 사람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상처주고 돈만 보고 사는 사람으로 사는 편이 양심적으로 살려고 애를 쓰는 것보다 훨씬 편해보인다고 느낄 때가 있있어요.저는 그렇게 살려고 하면 연기가 아니고서는 마음 불편해서 잠도 못자는 가성비 효율 떨어지는 몹쓸 성향이라 그냥 힘들게 돌아 돌아가며 살기로 했어요. 위대한 의지와 대단한 양심이 딱히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누구에게라도 비난 받거나 욕 먹기 싫은, 공포에 가까운 스스로 감시하는 심리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사장은 아니지만 고객을 대할 때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서 사장님일거라고 넘겨짚어버리는 분들이 많았어요. '저는 사장은 아니예요'라는 말을 거듭 하고 무수히 많은 파트너사 고객분들에게'사장님 소리'를 끊임없이 듣던 지난 6년 조금 넘는 스타트업 라이프를 마무리 짓고 주말도 없이 매출 고민에 골머리를 앓던 열혈 직원으로 살던 과거를 뒤로 하고, 내년에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시점에 정도를 걷고 있는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이렇게 소속이 잠시 없는 상태에서는 시간의 자유는 조금 생겼지만, 뭔가 떳떳하지 않아서 누구를 막 만나러 다니거나 선뜻 'between jobs'라는 말을 하기가 어려운 마음이 있어요.
도움을 청할 줄을 모르고, 부담이나 걱정이 되고 싶지도 않고 스스로 자립해서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제 성향이 한 몫하는 거죠.
그래도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1년 훅 지나간다'는 위기감이 엄습해서 꼭 가야만 한다는 마음이 이겼습니다. 다음에 만나자고 약속하고 현실적으로 못 만난지 오래된 좋은 인연이 제겐 되게 많으니까, 이게 더 그럴 듯하겠죠? '연락이 닿아도 바쁘다는 모드에 나를 놓아두면 다 만나지 않고 다음 또 다음만을 기약하고 어영부영 살던대로 살게 될 거다'라는 게 더 확실한 근거 있는 과거 누적 데이터니까요.
제가 너무 반갑고 좋을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까 대화 주제가 갑자기 이리 휙 저리 훅 날아가고 뛰어 다니며 이야기를 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심취해서 하다보면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아쉽게 작별 인사를 나누며 다음을 기약하고요.
부디 상대방에게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저의 다양한 제약과 모난 부분들 때문에 모두에게 그럴 수는 없죠. 저도 그저 이 순간 외에 다음이 있을지 확실히 알 수 없기에 지금만 만날 수 있는 것처럼 없는 에너지까지 끌어 올려서 텐션을 극대화 하는 편이에요.
그러고 나서 급 차분해지는 저녁에는 '내가 혹시 너무 좋아서 아무렇게나 쏟아내다가 말 실수를 한 게 없나' 복기, 반성 모드로 쿨타임을 가지는데, 이번에는 부디 그런 일이 없길 바라고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곤 하죠.
기분 따라 지키지 못할 공수표 남발과 같은 약속을 하고 나서 스스로 다짐한 약속을 여러 핑계로 못 지킬 때의 무거운 마음은 저에게는 공포 그 자체예요. 내가 뭐라도 도와드릴 게 없나, 이렇게나 시간 오래 할애해 주시고 반가워 해주시는데 하고선 주섬주섬 꺼내 보는 와중에 이 글도 쓰고 있어요.
제가 이 것도 저 것도 되게 멋지게, 말 한 마디로 주목하게 만들거나 영향력이 커서 쎄게 밀어드리거나 하면 좋지만, 워낙 그런 활동을 개인적으로는 안하고 일로만 해서 해 드릴 수 있거나 할 줄 아는 게 대단히 많지는 않지만 그저 해 봅니다.
어느 날 대표님의 진솔한 글이 SNS를 타고 저에게 다가왔듯이 누군가 필요하다면 충분히 닿을 수 있을 테고요. 잘 하는 브랜드에 대한 지지와 살아 있는 팬의 증거는 단 한 명이라도 손을 들고 그 자리에 있다면, 작으나마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봐요.
저는 이번에 조명주 대표님과의 만남이 참 편했는데, 저와의 짧고 굵은 대화 시간을 어떻게 느끼셨을지 걱정도 되지만 형식적으로 다음에 또 보자고 하시는 분은 아니라고, '두 팔 벌려 웰컴! 기쁨 가득 반가워하시는 따뜻하고 사랑스런 다정다감한 눈빛'에서 온전히 느꼈어요. 이 분은 사람을 참 좋아하고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하시더라구요.
대표님께 저의 작은 한 표를 드립니다.
코스모뷰티서울 2026 행사는 삼일간 진행되었고, 제가 간 마지막 날은 일반 관람객 위주라고는 들었지만, 혹시라도 비지니스 미팅이 계속 되면 제가 그 곳에 가는 것이 대표님께 폐를 끼치는 것이 될 텐데 사실 가기 전에 걱정 반 조심스러운 마음 반이었죠.
MOU체결은 아니지만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셨답니다.
제가 얼굴 나오는 사진을 안 찍는 걸 어찌 알고 다 헤아려주시고 이렇게 거절할 일 없게 제안주셔서 소중한 손 사진을 남겼습니다. 사진만 봐도 그 날 꼭 잡아주신 손에 오래도록 온기가 느껴지고 좋은 느낌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니 힘이 된다는 게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되네요.
흔한 더블 정면샷 사진 말고 다른 분을 또 만나게 되면 이 포즈로 사진을 꼭 남겨야겠어요. 사진을 바라 보는 마음이 새롭고 따뜻하고 참 좋네요.
아주 TMI인 저답게 '내년에 제가 새롭게 또 불안한 마음으로 도전을 할 계획이라는 것'을 대표님께 얼떨결에 술술 털어놓고 말았어요. 저는 말이 좀 통한다 싶으면, 참으로 쉽게 속 마음을 와락 쏟아내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해요.
딱 이 만큼,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안전하고 다부지게 성장하시겠다고 말씀 하셨는데, 제가 우연치 않게 알게 된 게 어느 덧 수 년 누적되다보니 사생팬마냥 SNS소식에 귀 쫑긋 눈 반짝이며 듣고 본 결과, 조대표님 말씀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석대로 사업하는 사업가셨어요.
과장과 현혹이 난무하는 시대에 차분한 목소리를 내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요. 조바심 나는 게 당연하고, 더 힘차게 시장 안에서 크게 외치며 주목을 끌어야 마땅한 것만 같고요.
참으로 잘 정돈된 차분한 제품 라인, 편안한 대표님, 앞으로도 잘 하시리라 걱정도 안 되고 믿어 의심치 않는 안정감 있는 행보 더욱 기대됩니다.
제 기억이 사그러들지 않는 한, 계속 각자 최선을 다해 자기 영역을 지키다 보면 만날 날이 언젠가는 오더라구요.
언제라도 제 기억이 희미해지는 순간이 올테고 그 전까지는 좋은 기억 영역에 더 집중해서 지속적으로 빌드업하도록 해해요.같이 노력해야 풍성하고 보기 좋게 가꿔지는 게 바로 '관계의 아름다운 기억 정원'이더라구요.
제가 사무실로 찾아가든 또 이렇게 전시회에 뜬금없이 나가든 기회를 잘 노려 '다음에도 반가울 대화 시간'을 기약했어요.
대화를 다양하게 나누며 가진 우리 사이의 편안한 시간은 제품과 대표님의 결이 같은 덕분에 연속성이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됐어요. 탄탄하고 편안한 브랜드 인정 또 인정 입니다.
제가 헤어지는 분들과 꼭 하는 말이 있어요. 건강하게 잘 살다보면 언젠가 반갑게 인사할 날이 올거라고요. 안 만나고 싶은 불편한 관계는 끊어지는 게 자연스럽고, 서로 안의 '기억의 정원'이 비슷한 모습으로 가꾸어졌다면, 또 만날 거예요. 한 쪽의 과도한 기대는 일방적이고 너무 기울어져서 균형을 이루지 못해 좋은 관계로 이어갈 수 없어요. 저는 그랬습니다. 균형이 깨진 버거운 관계는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워서 그 자리에 고이 놓아드리고 살 수 있는 곳으로 넘어가요. 저는 괴롭지만 그럼에도 무겁게 버틸 필요가 없는 것이, 그 자리를 기쁘게 만날 수 있는 이의 기회를 앗아갈 필요가 있나 싶은 거죠.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것만 가볍고 통통 튀고 살아 움직이며 즐겁게 하기, 일도 관계도 그렇게 저 만의 결을 만들어 가려구요.
당분간 저 답게 지금처럼 살아도 큰 일 안나니까 저 나름의 신나고 좋은 이야기 전하고 싶은 말 잔뜩 안고선, 만나러 지금 가도 되는지 올해가 다 가기 전에 꼭 여쭤보려구요. 즐겁고 좋은 만남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