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은 무슨 죄, 그저 드립이나

가시가 뾰족뾰족한 식물을 대체 왜 먹어야 할까요

by스토리캐처

시에는 '고통 슬픔'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면 안된다고 모자무싸 드라마 속 황진만 시인은 어제 묵묵히 말했죠.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고통스럽거나 슬프지만은 않고 단지 미간 사이가 찌푸려 지거나, 다만 말이 없어질 때가 길어질 뿐인 날들이 가끔 있어요.


저는 낯선 요리 재료와 음식에 도전하는 성향이 아니어서 '두릅'을 최근에야 알았어요.


"아야! 나 죽을 뻔 했어!"


평생 안 먹고 산 두릅을 억지로 받아들고 대체 어떻게 먹는 건지 찾아보니 간단히 이렇게 저렇게 쪄서 먹으라고 하길래 기껏 찌고 어쩌고 해서 접시에 담아 내어 줬더니 먹는 이가 하나 집어 먹더니 외마디 비명을 닮은 이런 소리가 나옵니다.


애를 써서 씨름한 두릅 한 마디로 감히 가까운 가족을 죽일 뻔한 것은 제가 구글링으로 찾은 조리법에 없던 '두릅의 미처 제거되지 않은 작고 뾰족 뾰족한 가시들' 때문이었죠. 시적 감상에 빠져서 마냥 찬미한다면 '너도 장미를 닮아 너를 지키려고 이렇게 가시가 잔뜩 돋아 있구나' 이런 말을 읊조릴 수도 있지만, 두릅은 엄연히 관상용이 아닌 식용 재료여서 '가시'의 존재가 치명적이었죠.


누가 먹고 싶다고 한 적도 없는데 괜히 잔뜩 사서 나눠주신 어른이 이 시점만큼은 절대로 하나도 안 고맙고, '어후! 짜증나!' 이 말이 절로 튀어나오고 말았어요.


행복은 결정론적이거나 영구적인 게 아니라 소모적이고 반복 충전이 필요한 성격이 있어서 가까운 사람들과 매일 함께 먹고 편하게 쉬는 동안 채워지는 거라고 하죠? 대량의 두릅을 과감히 떠넘긴 분은 몇년새 같이 밥을 지어 먹던 식구들이 없어져서 갑자기 1인 가구가 된 집안의 어른이었어요. 누가 가둬둔 것도 아니고 자유로운 세상에 살며 분명 제게도 거부권은 있으나 '내가 권하는 이 음식이 곧 진리요 생명이니 받아 먹고 마시고 건강해져라 살은 알아서 운동하고 야식 먹지 말고 빼고' 독특하게 강권하는 통에 안 받는다고 간곡한 사양을 감히 굳게 유지할 수 없는 경우가 구할이죠. 사랑의 이름을 달고 강제 할당량으로 무겁게 저희 집 냉장고까지 그 머나 먼 길을 달려 '처음 등장하는 아이템' 태그를 달고 도착했습니다.


시장 가서 이 것 저 것 잔뜩 사서 만들어 먹고 싶은데, 식구들이 다 세상을 떠나서 1인 가구 분량으로 살 수 없으니 많이 참다가 자식들 여럿이니 나눠줄 생각하고 시장 가서 잔뜩 사는게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시더라구요. 짧으나 명확한 구매 결정 동기는 튀긴 음식만 좋아해서 건강 문제가 심각한 너희도 '내가 골라서 다듬고 애써 만든 음식을 먹고 건강해져라'이고, 완성된 음식은 자동으로 정성을 다해 완성한 '건강 기원 약물' 성격을 띄는 건데 아파서 이 것 저 것 안 가리고 고맙게 받아 먹을 줄 아는 어른의 나이가 아직 안되서 그런지 감히 귀한 줄 모르고 1차는 무조건 거절하곤 합니다.


그러다 엄청난 양의 두릅이 저희 집까지 밀려온 건데, 사실 두릅은 아무 죄가 없죠. 저 살겠다고 가시로 온 몸을 두른 거고 어쩌다 사람 눈에 띄어 거침없이 잡히고 뿌리가 뽑히고 잘렸을 뿐이니까요.


가시돋힌 두릅을 하나씩 들고 이리 저리 돌리며 뾰족하고 짧은 가시를 칼로 제거하면서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내 삶에 다시는 '두릅'을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혼자 분을 내 보기도 하고, 이 가시가 눈에 보일리도 없고 무슨 풀이든 다 약이 된다고 식물이 보약이라고 믿고 사신 두릅 구매자인 어른이 처한 상황도 조금 있다가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보이지 않는 굴레로 엮인 닫힌 관계의 영역 왠만해서는 이해하는 게 미덕인 가족 테두리안에 있으니 싫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이도 생겨나요.


독성이 있는 식물은 지금 소화력이 떨어지고 여기 저기 고장 신호가 명확한 당신의 몸에는 아예 안 먹는 게 좋은 거라는 정보도 찾다가 봤지만 그 정보를 굳이 알리지 않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죠.


우선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것도 스트레스가 심하고, 남의 말은 일단 튕기고 보는 게 우리 서로 꼭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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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만 찾는 '스토리캐처' 은근 두루 잘하는 ENFP 자유존중 예의추구, 하고싶은 것만 온전히 집중몰입하는 재미로 삽니다. 2026년 8월 말부터 본격인 창업모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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