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여태 안하던 실수를, 어이는 없지만

살다보면 사람이 이럴 수가 있네요

by스토리캐처

처음이고 한 번이니까 충격, 또 이러면 난감인데


새벽부터 서둘러 나선 아침, 눈 앞에서 제가 타야할 기차를 놓치고 말았어요. 지하철 말고 ITX라서 그 자리에서 기다릴 수는 없고, 지체할 수 없이 당장 몸을 움직여 얼른 후속 조치를 취해야 했어요. 엉뚱한 곳에 무념무상의 경지에 오른 사람처럼 멀리 나가 서 있다 냉큼 나무 의자에 앉았던 나 자신, 늦게 헐레벌떡 뛰어 온 것도 아니고 아주 아주 여유있게 도착해서 기다리긴 했는데, 뭐에 홀렸는지 완전 끝쪽으로 가버려서 기차가 도착한지도 모르고 폰을 한참 보다가 눈을 들어보니 출발 시간은 1분쯤 지나 있고(지연도 아님), 아주 대단히 슬로우 모션으로 제가 탔어야 할 기차가 천천히 눈 앞에 나타나더니 유유히 눈 인사라도 나누듯이 스치고는 저만 그 자리에 남기고 꼬리칸을 이어 보여주더군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왜 그렇게 좌석 번호를 이해했는지 알 수가 없는데, '사람이 때로는 이럴 수가 있는 거구나 와하하하' 혼자 어이없을 때 나오는 나만 들리는 실소를 속으로 날리며 얼른 기차역 매표소에 뛰어 갔어요. 앞서 많은 분들이 초조한 표정을 하고 만든 기나 긴 줄 뒤에 붙어, 나를 그 곳에 두고 유유히 떠나버린 기차표를 과감하게 반환하려고 섰죠. 출발 뒤 취소했을 때 발생하는 약간의 수수료 손실은 아프지만 다음 열차가 바로 있을까 염려되는 마음이 우선이니 그 걱정은 비교하자면 아주 작은 거니까 가뿐히 무시될 수 있었죠.


"안 됩니다."


"할인 그냥 해 줘요."


"안 되는 거예요. 안 됩니다."


어떤 우대증을 하나 내밀고 조르기 스킬로 승차권 할인을 얻어내리라는 다부진 자세를 취하는 어르신이 계속 말로 힘 겨루기를 시도하며 몇 번 주고 받더니, 상대의 미동없는 한결같은 잔잔함에 몸을 돌리고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시는 모습을 제 차례를 기다리며 봤어요.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결코 물러날 수 없는 단단한 고단함들이, 묵직한 바위처럼 보이지 않는 몸 안쪽 어느 중심에 있는 모양이다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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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만 찾는 '스토리캐처' 은근 두루 잘하는 ENFP 자유존중 예의추구, 하고싶은 것만 온전히 집중몰입하는 재미로 삽니다. 2026년 8월 말부터 본격인 창업모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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