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으로부터 문명을 시작했는가?
인간의 시작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두려움이? 아니면 외로움이? 먼저였을까?
인류가 아직 자신을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전, 이름도 언어도 없던 아주 먼 어느 날을 상상해 본다. 그냥 상상해 보는 거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는다.
숲에서는 이름 모를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천둥이 대지를 흔든다. 인간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어디에서 왔는지도,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그때 인간은 처음으로 두려움을 알았을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그 곁에 앉았다.
사람들은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잠들었고, 함께 불을 지켰으며, 함께 사냥을 나갔다. 누군가가 잠들면 누군가는 깨어 있어야 했다. 그렇게 공동체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최초의 공동체는 두려움으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혼자 있으면 죽을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인간을 서로에게 데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생긴다. 위험이 사라진 뒤에도 인간은 서로 곁을 떠나지 않았다. 사냥이 끝나고 배가 부른 뒤에도 사람들은 모닥불 곁에 남았다. 밤이 깊어지고 더 이상 해야 할 일이 없는데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왜였을까?
생존만이 목적이었다면 먹고 잠들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불이 꺼진 뒤에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나는 그 자리에 외로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먼저 자신의 내면을 발견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배고픔은 먹으면 사라진다.
추위는 불을 피우면 사라진다.
위험은 도망치면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외로움은 그렇지 않다.
외로움은 존재의 빈자리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누군가를 찾는다.
나를 이해해 줄 사람.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내가 바라보는 하늘을 함께 바라봐 줄 사람.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타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인간의 역사는 생존의 역사에서 문화의 역사로 넘어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새도 무리를 짓는다.
늑대도 함께 사냥한다.
돌고래도 서로 협력하고, 개미와 벌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슬롯를 이룬다.
그러므로 공동체 자체가 인간만의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이 다른가?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인간은 함께 상상하기 시작했다.
존재하지 않는 신을 함께 믿었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함께 꿈꾸었으며, 죽은 자를 기억하기 위해 무덤을 만들었다.
하늘에 별이 있다는 사실에서 끝나지 않고 별에 이야기를 부여했다.
바람이 분다는 사실에서 끝나지 않고 바람에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다.
죽음이라는 사건을 경험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후세계를 상상했다.
인간은 현실에 없는 것을 현실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능력이 문명을 만들었다.
국가도, 종교도, 법도, 화폐도, 예술도 어쩌면 모두 인간이 함께 믿기로 약속한 보이지 않는 것들에서 출발했다.
인간은 현실만 사는 동물이 아니었다.
인간은 의미를 만들어 그 의미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었다.
그렇다면 언어는 왜 생겨났을까?
사냥할 장소를 알려주기 위해서였을까?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였을까?
물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언어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무서웠어."
"보고 싶었어."
"나는 슬퍼."
"네가 죽어서 마음이 아파."
"사랑해."
이 문장들은 생존에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너무나 필요했다.
언어는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이기 이전에 고독을 건너가는 다리였는지도 모른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옮겨 놓는 것.
그것이 언어의 가장 오래된 욕망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