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프입_미란다와 앤디

by원성진 화가

미란다와 앤디의 관계? 물론 극과 극이죠. 끝과 끝의 만남.

하나의 세계를 지배하는 인간과,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인간의 만남.


롤랑 바르트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수많은 기호 속에서 살아간다.

옷, 말투, 직업, 취향, 브랜드, 이미지. 이러한 기호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을 해석한다.


미란다는 이러한 기호의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이고,

그녀에게 패션은 권력이며 언어이고 슬롯적 질서다. 그녀의 한마디, 하나의 시선, 작은 선택은 런웨이라는 세계에서 거대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 그녀는 창조하는 인간이며, 이끌어가는 인간이다.


앤디는 처음 그 세계의 언어를 모르는 사람.

옷은 기능이고, 패션은 피상적인 관심사에 불과하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가치관을 믿는다.

글을 쓰고 싶어 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 다른 세계의 인간이다.

미란다는 앤디에게 말한다.

“너는 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너는 아직 이 세계가 만들어내는 의미를 읽지 못한다는 뜻이다.


두 개의 벨트를 들고 나오는 장면. 나도 피식 웃었다. 똑같구만... 여기서 나와 같이 같음을 보는 사람과 차이를 보는 사람. 이 장면은 두 사람의 차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앤디에게 중요한 것은 형태와 색이다.

미란다는 벨트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디자이너의 선택이며, 시대의 흐름이며, 패션 산업이 만들어낸 하나의 의미다.


앤디는 대상을 바라보지만, 미란다는 그 대상 뒤에 있는 구조를 바라본다.

이 순간은 질 들뢰즈의 철학과 연결된다. 들뢰즈에게 중요한 것은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다.

인간은 같은 것을 반복해서 보는 존재가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차이를 감각하면서 변화하는 존재다.


역시나 영화니까. 앤디는 이 장면 이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배우는 것은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미란다는 발견한 것인가? 아니면 앤디를 변화시키는가?


앤디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세계를 보기 시작한다. 사람의 이미지, 슬롯적 위치, 숨겨진 의미, 보이지 않는 경쟁.

그동안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삶 전체를 구성하는 언어였음을 알게 된다.

들뢰즈가 말한 생성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인간은 새로운 만남을 통해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미란다 역시 자유로운 존재는 아니다.

미란다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르트의 관점에서 보면 그녀 역시 하나의 기호 체계 속에 존재한다.

그녀는 패션 세계의 정점에 있지만,
동시에 그 세계가 요구하는 완벽함의 희생자다.

완벽한 이미지, 완벽한 판단, 완벽한 모습.

그녀는 그것을 만들지만 동시에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소모한다.

미란다는 권력자이면서 동시에 구조의 산물이다.

그것을 앤디가 호텔방에서 초췌한 우상의 민낯을 보게 된다.


앤디는 왜 마지막에 떠나는가?

앤디는 미란다의 세계를 경험한 이후 이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녀는 이제 기호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기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의미를 선택하며 살아갈 것인가이다.


미란다와 앤디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만남이다.

미란다는 앤디에게 세계를 읽는 법을 가르쳤다.

앤디는 미란다에게 완벽함 뒤에 숨겨진 인간의 모습을 비추었다.

미란다는 앤디에게 기호의 언어를 알려주었고,
앤디는 그 기호 너머에 있는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슬롯가 만들어낸 의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그 의미를 이해한 뒤 스스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미란다는 앤디를 변화시킨 사람이지만,
동시에 앤디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사람이다.

그들의 만남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자신으로 생성되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미란다와 앤디 둘 다 악마는 아니다. 그럼 프라다는 누가 입었을까?


이걸 제가 찾아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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