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탑을 지나 국립박물관 광장을 둘러보고, 브릭게이트를 통과해 비셰흐라드 언덕으로 올라갔다.
성벽 위에 서자 프라하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쳤다. 눈 덮인 붉은 지붕들 사이로 굴뚝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도시에서는 희미한 장작 냄새와 겨울 아침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섞여 올라왔다.
나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여행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떠남이 가까워질수록 사랑은 선명해진다.
마치 오래된 연인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프라하는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떠나지 말라고.
하지만 그 목소리는 결국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삶도 여행과 닮았다.
머물러야 하는 곳과 떠나야 하는 곳은 결국 같은 장소일 때가 많다.
잠시 댄싱하우스를 둘러본 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잔을 감싸 쥔 손끝으로 온기가 스며들었다. 깊게 볶은 원두의 향이 코끝을 채웠고, 입안에는 은은한 산미와 쌉싸래한 여운이 남았다.
그리고 차를 드레스덴을 향해 몰기 시작했다.
국경을 넘는 동안 눈보라가 몰아쳤다. 와이퍼가 쉼 없이 움직이며 차창에 쌓이는 눈을 밀어냈다. 바람은 차체를 흔들었고, 눈송이들은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서 수많은 별처럼 흩날렸다.
그 순간은 마치 삶의 한 장을 넘기는 느낌이었다.
드레스덴에 도착하자 도시 전체가 눈으로 덮여 있었다.
광장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발밑의 눈은 뽀드득 소리를 냈고, 공기에는 크리스마스 장터를 떠올리게 하는 계피와 따뜻한 빵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노란 조명이 눈 위에 반사되며 도시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문득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더 깊은 이별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시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