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프라하의 아침

by원성진 화가

프라하의 아침은 고요했다.

언덕의 경사면에 자리한 작은 오두막 같은 숙소 창문을 열자,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정원이 같은 높이에서 펼쳐졌다. 밤새 내린 눈은 나뭇가지마다 하얀 꽃처럼 매달려 있었고, 차가운 아침 공기는 송진 향과 젖은 흙냄새를 품은 채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벽 한편에 놓인 베치카 난로에서는 아직도 미약한 장작 냄새가 남아 있었다. 어젯밤 난롯불이 남긴 온기는 손끝과 발끝에 은은하게 머물러 있었다.


차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여명의 빛이 천천히 프라하 성의 첨탑을 감싸고 있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도시 위로 엷은 안개가 떠다니고, 멀리서 새들이 짧게 울어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마치 도시 전체가 깊은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눈을 뜨려는 순간 같았다.


그러나 나는 이 평화를 오래 누릴 수 없었다.

시간은 늘 우리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간다. 그 특별한 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차에 올랐다.

프라하의 골목들은 미로 같았다. 돌로 포장된 길 위를 바퀴가 지날 때마다 낮은 진동이 전해졌고, 차창 밖으로는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건물들이 스쳐 지나갔다. 골목마다 커피를 볶는 향기와 갓 구운 빵 냄새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날 아침의 나는 그 향기를 충분히 음미할 여유조차 없었다.

천문시계가 9시를 알리는 순간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을 몇 번이고 돌다가 마침내 마지막 관문 같은 길이 나타났다. 양옆의 벽은 차체를 스칠 듯 가까웠다. 숨을 죽인 채 천천히 핸들을 돌렸다. 타이어와 돌벽이 맞닿으며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 손바닥에는 긴장으로 땀이 배어들었고 심장은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했다.

8시 58분.

"빨리 뛰어!"

일행들에게 외치자 모두가 골목 끝을 향해 달려갔다.

잠시 뒤.

프라하의 하늘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둥—.

둥—.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종소리는 시간을 알리는 음향이자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도시의 심장박동 같았다.

천문시계 위에서 열두 사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올렸을 것이다. 또한, 그 순간의 환호와 감탄, 카메라 셔터 소리, 종소리가 뒤섞이며 하나의 거대한 합창처럼 광장을 채웠을 것이다.


시간은 흐른다.

그러나 어떤 순간들은 흐름 속에서도 영원처럼 남는다.


그렇게 일행들이 마법 같은 순간을 즐기는 동안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이제는 이 좁은 골목을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민해야 했다. 여러 번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가까스로 차의 방향을 돌렸다.

여행은 낭만과 현실이 번갈아 나타나는 긴 문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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