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바람은 대지를 품고 비취빛으로 날아간다.
그 바람은 자유를 갈망하는 영혼처럼 이탈리아 평야 위를 유영하며 트레비소에 닿는다.
자유를 향한 영혼의 움직임은 어쩌면 회귀에 가깝다. 바람은 떠나면서도 언제나 순환한다. 인간의 자유 또한 그렇다. 떠남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기 위한 또 다른 곡선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유를 갈망할 때, 사실은 잃어버린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바람을 안은 트레비소는 고요한 아침을 내어준다. 낯선 공기 속에는 물 냄새와 흙 냄새, 사람들의 오래된 숨결이 은은히 섞여 있었다. 창문 틈을 스치는 바람은 골목의 커튼을 흔들고, 막 문을 연 카페의 커피 향 위를 천천히 지나간다. 도시는 그 바람을 붙잡지 않는다. 바람 역시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숨을 내쉴 때마다 세계의 일부를 내보내고, 다시 들이마실 때 세계를 몸 안에 받아들인다. 공존이란 거대한 철학 이전에, 어쩌면 이런 호흡의 교환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곧장 메스트레를 지나며 바람은 또 다른 풍경을 배운다. 소박한 삶의 온도와 오래된 골목의 정적, 창틀에 걸린 작은 화분들, 저녁 식탁 냄새 같은 것들이 바람 속에 스며든다.
바람에는 계급이 없다. 대리석 위를 스칠 때나 흙길 위를 지날 때나 같은 무게로 존재한다. 인간의 마음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사람 앞에서도, 어떤 삶 앞에서도 같은 깊이로 머물 수 있다면.
끝내 바람은 베네치아로 흘러들어간다.
물의 도시라 불리는 이곳에서 바람은 운하와 다리, 곤돌라와 오래된 석조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유려한 풍경을 끌어안는다. 바람과 물은 둘 다 형태가 없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형태 없는 것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간의 사유 또한 그렇다. 손에 잡히지 않지만 문명과 예술, 사랑과 신념을 빚어낸다.
바람은 운하의 물결 위로 낮게 내려앉고, 천천히 바다로 스며들며 자기 자신을 만난다.
알프스의 바람은 그렇게 바다와 만나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와 지나온 도시들의 기억은 인간의 감각을 압도할 만큼 광활하다. 그 풍경 앞에 서 있으면 설명할 수 없는 숙연함만 남는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인간의 언어는 자꾸만 작아진다.
바람은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새로운 도시와 사람들, 아직 만나지 못한 풍경들을 향해.
어쩌면 우리 또한 이 바람처럼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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