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뵙다.

첫 미사, 첫 성체 성사

by원성진 화가

내 생애 첫 미사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성당 중 하나인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2025년의 첫날 아침 교황님을 알현하며 드리는 미사가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한 인간이 평생 한 번도 닿아보지 못했던 세계의 문턱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영혼을 열어 보게 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막상 미사가 시작되었을 때, 교황님은 내 눈에 아주 작은 점처럼 보였다. 거대한 성당 안의 끝없는 거리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분은 빛처럼 멀리 존재하고 있었다. 휴대폰 줌을 최대한 당겨 보았지만 화면 속에는 흐릿한 형체만이 겨우 떠올랐다. 손이 조금만 흔들려도 그 모습은 금세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아득한 거리감마저 경건하게 느껴졌다.


인간이 함부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어떤 존재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 어쩌면 그것은 종교 이전의 본능 같은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어떻게든 그 순간을 남기고 싶었다. 손끝이 떨리는 와중에도 휴대폰을 놓지 못한 채 계속 촬영을 이어 갔다.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다시 화면을 확인하고 초점을 맞추며 정신없이 움직였다. 아마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꽤 부산스럽고 서투른 동양인 여행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었다.

이 거대한 공간도, 이 장엄한 의식도, 라틴어로 울려 퍼지는 기도도, 모든 것이 낯설었다. 사람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앉고, 고개를 숙이고, 가슴에 십자가를 그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의 움직임을 늦게 따라 하며 눈치를 보는 내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이 세계에 초대받은 손님 같았다.


그때였다.

내 옆에 앉아 계시던 미국인 수녀님께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셨다. 내가 어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려 애쓰는 모습을 이미 눈치채셨던 것 같다. 수녀님은 아무 말 없이 곁에 놓인 미사바카라을 펼쳐 내 쪽으로 살짝 기울여 주셨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부분을 짚어 주셨다.

그 손짓은 너무도 조용했고 자연스러웠다.

마치 내가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람의 움직임 같았다.
“괜찮아요. 천천히 함께하면 됩니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런 마음이 느껴졌다.

수녀님은 바카라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미사의 순서를 알려 주셨다. 언제 일어서야 하는지, 언제 기도문을 바라봐야 하는지, 사람들이 왜 같은 문장을 반복하는지까지. 그 순간 나는 낯선 종교의식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친절 속에 조용히 보호받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따뜻한 배려 하나가 거대한 성당의 금빛 장식보다 더 깊게 마음을 울렸다.


얼마 후, 성당 안에 갑자기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돔 아래에서 터져 나온 종소리는 공기 자체를 흔들며 성당 전체를 지나갔다. 낮고 깊은 진동이 대리석 바닥을 타고 발끝으로 전해졌고, 내 가슴속까지 울려왔다.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그 소리는 마치 인간의 영혼 깊숙한 곳을 향해 열리는 문 같았다.

이어 성가대의 찬송이 울려 퍼졌다. 높은 천장 아래에서 퍼지는 목소리는 인간의 것이라기보다 빛의 울림에 가까웠다. 소리는 공기 속을 떠다니며 천천히 몸 위로 내려앉았다. 나는 그 순간 처음으로 이해했다. 왜 인간이 음악을 통해 신에게 다가가려 했는지를. 언어보다 먼저 감정이 하늘로 올라가는 경험이었다.


성체 성사의 시간이 다가왔다.

수녀님께서 조용히 손짓으로 알려 주셨다. 나는 그녀를 따라 두 손을 모은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 짧은 걸음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모두 조용했고, 발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거대한 성당 안에는 수천 명이 있었지만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낮은 숨소리와 옷깃 스치는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내 심장 소리만 유난히 크게 뛰고 있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가까이

나는 종교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신앙 없이 살아온 삶이었다. 그런데도 그 순간만큼은 설명할 수 없는 떨림이 온몸을 지나가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잊고 지냈던 어떤 감각이 아주 먼 곳에서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제 앞에 섰다.

사제의 손끝에서 작은 빵 조각이 내 손바닥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너무도 작고 가벼운 조각이었다. 나는 숨을 삼키며 천천히 그것을 입안에 넣었다.

얇고 마른 빵은 천천히 녹아내렸다. 특별한 맛은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안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퍼지고 있었다. 왜 그런 감정이 밀려오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인간이 왜 기도하는 존재가 되었는지를 아주 조금 알 것 같았다.


성체가 천천히 혀 위에서 녹아내리는 동안, 내 안 깊숙한 곳에 오래 쌓여 있던 외로움과 피로,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조용히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아주 따뜻하고 잔잔한 평온함이 들어왔다.

그것은 종교적 확신이라기보다, 인간이 사랑과 위로를 받아들일 때 느끼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에 가까웠다.

어쩌면 성스러움이란 반드시 신을 믿는 사람에게만 오는 감정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때로 인간은 너무나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선의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넘어서는 평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영혼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주 천천히 되뇌었다.

이 세상의 모든 신이시여. 오늘만큼은, 이 작은 인간의 마음에도 잠시 머물러 주십시오.


(세월이 지난뒤 짐작컨데

나의 첫미사였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마지막 미사가 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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