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에서 맞이한 첫날의 기도

바티칸시티 성베드로 대성당

by원성진 화가

성당 내부로 발을 들이는 순간. 문턱을 넘는 그 짧은 순간, 바깥 세계의 시간은 뒤로 밀려나고,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 속으로 들어서는 기분이 들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내부는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한이었다. 높게 솟아오른 천장은 시야 끝을 넘어 하늘로 이어지는 듯했고, 거대한 돔 아래의 공기는 현실보다 더 묵직하고 깊었다. 인간의 목소리와 숨결, 기도와 침묵이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되어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밀도가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붉고 푸른 색채를 머금은 빛은 성당 내부를 천천히 떠다니며 사람들의 얼굴과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그 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하늘이 아주 천천히 인간들에게 손을 얹고 있는 것만 같았다. 금빛 장식들은 그 빛을 받아 미세하게 떨리듯 반짝였고, 천장과 벽을 가득 메운 조각과 그림들은 침묵 속에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신에게 바쳐온 경외와 두려움, 사랑과 희망이 응고된 거대한 시각적 기도였다.


천천히 또한 빠르게 중앙 통로 쪽으로 걸어갔다. 두 눈으로는 공간 전체를 담아내고 있었지만, 몸은 어딘가 꿈속을 걷는 듯 붕 떠 있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중앙 통로 뒤편의 자리를 발견했다.

앉는 순간 이상한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이 자리가 오래전부터 오늘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곳은 가장 좋은 자리였다. 교황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순간도 있었고, 그날 내가 느껴야 할 모든 감정을 가장 깊게 받아낼 수 있는 자리였다. 거대한 성당의 숨결과 사람들의 긴장, 기도, 침묵이 모두 한 곳으로 모여드는 자리. 나는 그 중심 가까이에 앉아 있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도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혹시라도 더 좋은 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성당 안을 몇 번이나 둘러보았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지금 이곳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인간적인 초조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중간에 두 번이나 화장실을 다녀왔다. 혹시라도 중요한 순간에 자리를 비우게 될까 봐, 촬영을 놓치게 될까 봐 마음이 조급했다. 손에는 휴대폰을 꼭 쥐고 있었고, 가슴은 계속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용기를 냈다.
나는 미리 번역해 둔 이탈리아어 메시지를 진행 요원들과 신부님들에게 조심스럽게 보여주었다.

교황님 가까이에서 미사를 보고 싶다는 마음. 먼 나라에서 이 순간을 위해 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 날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특별한 순간인지를 담은 짧은 문장들.

하지만 그 부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앉았다.

아주 잠깐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이상하게도 금세 마음은 차분해졌다. 어쩌면 인간은 늘 더 가까이 가고 싶어 하지만, 어떤 순간들은 거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닿는 것인지도 몰랐다.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성당 안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잦아들고, 거대한 공간 위로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이 천천히 번져 갔다. 그리고 그 순간, 은은한 향 냄새가 공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천천히 허공으로 올라가 높은 천장 아래에서 퍼져 나갔다. 그 냄새는 낯설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차갑고 거대한 대리석 공간 속에서 향내는 마치 인간의 기도가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형상처럼 느껴졌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몸 안으로 성스러운 공기가 스며드는 듯했다.


나는 거대한 의식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이윽고 교황님의 상징이 모습을 드러내며 엄숙한 행렬이 시작되었다. 성당 안은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울 만큼 고요해졌다. 향로를 흔드는 사제들의 움직임은 느리고 장엄했으며, 황금빛 촛대의 불꽃은 미세하게 흔들리며 긴 그림자를 바닥 위에 드리우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추기경들의 의복은 붉고 금빛으로 빛났고, 그 모습은 마치 중세의 거대한 종교화 속 장면이 현실로 걸어 나오는 듯했다.

무신론자인 내가 왜 이토록 압도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은 때때로 믿음 이전에 아름다움 앞에서 먼저 무너진다는 것을,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었다. 어떤 렌즈도 지금 이 공간의 공기를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천장 위를 흐르는 빛, 향내의 무게, 사람들의 침묵, 수백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기의 진동까지. 그런 것들은 영상으로 남겨지지 않는다. 오직 몸과 영혼만이 기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촬영을 멈출 수 없었다. 아마 그것은 기록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너무 아름다운 순간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몸짓 같은 것이었다.


미사가 시작되자 성당 안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의 목소리, 성가대의 울림, 라틴어 기도문, 멀리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거대한 돔 아래에서 서로 겹쳐지며 하나의 바다처럼 밀려왔다. 소리는 천장을 타고 흐르며 몸 전체를 감쌌고, 나는 그 안에서 아주 작은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오히려 처음으로 거대한 인간 공동체 속에 연결된 느낌이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순간 같은 침묵과 같은 기도를 공유하고 있었다. 나는 신을 믿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인간이 왜 신을 필요로 했는지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교황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성당 전체를 감싸 안는 힘이 있었다. 마치 아주 오래된 나무가 바람 속에서 낮게 흔들리는 소리처럼 따뜻하고 깊었다.


나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평온함이 들어왔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물었다. 지금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하지만 끝내 정확한 언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알 수 있었던 것은 하나였다.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순간, 내 삶은 완전히 열려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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