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갔다.

바티칸시티 성베드로 성당

by원성진 화가

여행 내내 편안함과 실용성을 우선으로 했던 나의 옷차림은, 2025년의 첫날 아침을 맞이하며 특별한 변화를 필요로 했다.

바티칸시국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님의 미사에 참석하는 날.

나는 여행 중 우연처럼 만나게 되었던 블랙 코트를 조용히 꺼내 들었다. 검은 천의 결을 손끝으로 쓸어내리는 순간, 오늘이라는 시간을 통과하기 위한 의식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코트를 걸친 나는 어제까지의 여행자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거울 속 얼굴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떠올라 있었다.

숙소 문을 열자 새벽의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로마의 겨울 공기는 차가웠지만 맑았다. 아직 태양이 떠오르지 않은 도시의 골목은 적막했고,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엔진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새벽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목도리를 여미고 숨을 내쉴 때마다 흰 입김이 천천히 허공으로 흩어졌다. 나는 몇 번이고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나 버스는 오지 않았다.

기다림은 점점 불안으로 변해 갔다. 시계 초침 소리가 귀 안에서 직접 울리는 듯했다. "새해 첫날, 성 베드로 대성당, 교황님의 미사." 이 세 단어가 마음속에서 반복될수록 초조함은 더욱 짙어졌다. 혹시 늦게 된다면. 혹시 이 순간을 놓치게 된다면. 마치 평생 단 한 번 열리는 문 앞에서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 같았다.

결국 나는 다시 숙소로 뛰어 올라가 자동차 열쇠를 집어 들었다. 어둠이 아직 도시 위에 남아 있는 새벽 도로를 달리며,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로마의 불빛들을 바라보았다. 오래된 건물들의 그림자는 새벽빛 속에서 거대한 유적의 윤곽처럼 떠 있었고, 텅 빈 도로 위를 달리는 타이어 소리만이 현실감을 붙잡아 주고 있었다. 차 안은 고요했다.


나는 운전대를 잡은 채 조용히 생각했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성 베드로 대성당.
수없이 사진으로 보았고, 다큐멘터리와 바카라 속에서 상상했던 장소. 인류가 수백 년 동안 신에게 바쳐온 기도와 믿음이 층층이 쌓여 있는 거대한 시간의 심장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한 인간으로서, 그 중심을 향해 가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천천히 차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기대이기도 했고 두려움이기도 했으며, 어쩌면 인간이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어떤 세계 앞에 섰을 때 느끼는 원초적인 떨림에 가까웠다.


성당 근처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아직 미사까지는 세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리는 순간, 새벽 공기가 폐 깊숙이 밀려 들어왔다. 차가운 공기는 정신을 맑게 만들었고, 동시에 몸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성당 광장 쪽으로 걸어가는 순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새벽의 어둠 속에서도 사람들은 조용히 줄을 이루고 있었다. 누군가는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있었고, 누군가는 묵주를 손가락 사이로 굴리고 있었다. 어떤 노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어린아이를 품에 안은 부모도 있었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는 달랐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에는 하나의 공통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숨결과 기도, 기다림과 간절함이 서로 뒤섞인 거대한 침묵이었다.

그리고 그 침묵 한가운데, 성 베드로 대성당이 서 있었다.

차가운 돌바닥 위에 서 있는 발끝의 감각, 코끝을 스치는 겨울 공기 냄새, 사람들의 낮은 숨소리, 멀리서 울려오는 종소리, 목도리 안쪽으로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까지. 몸이 느끼는 모든 감각이 극도로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 감각들이 하나로 모여 지금 이 순간이 평생 단 한 번뿐인 시간이라는 사실을 내 안에 깊이 새기고 있었다.

줄에 서서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각자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사연을 품고, 결국 같은 새벽 아래 이곳에 도착한 존재들. 나는 문득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외롭고 또 얼마나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지를 생각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상처와 희망을 품은 채 이 거대한 성당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아름다웠다.


시간이 흐르자 동쪽 하늘이 아주 천천히 푸른빛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새벽빛은 처음에는 희미한 먼지처럼 번지다가, 점점 성당의 돔 위를 부드럽게 물들였다. 거대한 돔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숨을 삼켰다.

아름답다. 경건하다.

돔 위로 떨어지는 첫 햇살은 황금빛처럼 번져 내렸고,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사람들의 얼굴도 조금씩 빛을 띠기 시작했다. 그 순간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더 이상 낯선 타인이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벅참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무신론자인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였다. 인간은 때때로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아름다움 앞에서 무릎 꿇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 신앙보다 먼저 인간의 영혼이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그날의 첫 햇살이 성 베드로 대성당의 돔 위로 쏟아져 내릴 때,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어쩌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이렇게 자신의 존재가 우주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찰나인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나는 그 새벽, 분명히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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