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향하던 아침이다.
아직 공기에는 밤의 서늘함이 조금 남아 있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여행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사람의 마음은 묘해진다. 끝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붙잡고 싶어진다. 로마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그려왔던 도시였고, 어쩌면 이번 여행의 클라이맥스 같은 곳이다.
아침 일찍 짐을 싣고 피렌체 외곽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더 몰 아울렛이다.
로마로 가는 길목에 잠시 들르는 일정이었지만, 출발부터 마음이 들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창밖으로 낮은 언덕과 포도밭, 군데군데 늘어선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탈리아의 풍경은 참 이상했다. 특별한 것이 없어 보여도 계속 바라보게 만들었다. 아주 오래된 그림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기분?
아울렛으로 가는 도중, 도로 옆 작은 간이식당 하나가 눈에 띄었다. 투박한 목재 간판은 햇빛에 바래 있었고, 식당 앞에는 작은 화분 몇 개와 접이식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굴뚝같은 환풍기에서는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그 냄새가 차창 너머까지 밀려들었다. 구운 고기 냄새와 빵 냄새, 기름이 달궈질 때 나는 고소한 향이 섞여 있었다.
자연스럽게 차를 세웠다.
식당 안은 크지 않았다. 낡은 냉장고 한 대와 커다란 에스프레소 머신, 벽에는 축구팀 스카프와 오래된 사진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메뉴판은 이탈리아어로만 적혀 있었지만, 대충 눈치로 주문할 수 있었다. 직원이 추천한 소 위로 만든 햄버거를 시켰다.
햄버거는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고 척척했다. 따끈한 번 사이에 삶은 소내장이 잘게 썰려 들어 있었다. 한입 베어 물자 고기의 육즙이 입안 가득 번졌다. 평소 먹던 햄버거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풍미가 훨씬 깊었고, 고소함 뒤로 은은한 향신료 향이 따라왔다. 손에는 기름이 묻고 입가에도 번질번질 기름이 묻었지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조심조심 육즙을 흘려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