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몰 아울렛
더 몰 아울렛에는 쇼핑객들이 붐볐다.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고, 여러 언어가 뒤섞여 들렸고, 사람들의 표정에는 묘한 흥분이 있었다. 매장마다 유리 진열장 속 제품들이 조명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정갈하게 걸린 코트와 셔츠들, 가지런히 놓인 가방과 구두들은 전시품처럼 보였다.
사실 나는 옷에 큰돈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옷은 늘 실용적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왔다. 브랜드에는 별 관심도 없었고, 쇼핑을 오래 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날도 일행을 따라다니며 “이게 더 낫네”, “저건 별로네” 같은 말이나 건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매장에서 걸음을 멈추게 하는 코트 한 벌을 만났다.
검은색 메종 마르지엘라 코트였다.
처음 봤을 때는 묘했다. 분명 검은 코트인데 평범하지 않았다. 어깨선은 단정했지만 어딘가 비대칭적인 긴장감이 있었고, 옷깃은 절제되어 있었지만 동시에 연극 무대 의상처럼 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묵직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은 사람을 더 길고 단단해 보이게 만들었다. 마치 그 옷 자체가 하나의 태도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별생각 없이 입어봤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선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코트가 몸에 맞는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어깨는 자연스럽게 떨어졌고, 소매 길이는 손등 위에 정확히 멈췄다. 옷깃은 목선을 부드럽게 감싸며 얼굴까지 달라 보이게 했다. 거울 속에는 평소의 내가 아니라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자신감 있어 보이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옷은 사람을 바꾼다. 정확히는, 사람이 자기 안에 숨겨두었던 어떤 모습을 끌어내게 만든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계산대 앞이었다. 이쯤되면 쪽팔려서라도 카드를 안꺼낼 수 가 없었다. 카드 결제 소리가 들렸고, 직원은 정성스럽게 코트를 포장하고 있었다. 쇼핑백을 들고 매장을 나오는데 묘하게 웃음이 났다. 충동구매는 늘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떤 물건은 머리보다 먼저 몸이 반응한다.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이미 선택이 끝나버린다.
신기하게도 후회는 없었다.
그 코트는 내 안에 숨어 있던 다른 얼굴 하나를 발견하게 해준 물건이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사람은 잠깐씩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진다. 그날의 나는 검은 코트 한 벌 덕분에 조금 더 나답고,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점심은 아울렛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티본스테이크 식당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무 냄새와 고기 굽는 냄새가 섞여 밀려왔다. 실내는 어둑했고, 클래식한 조명이 테이블 위를 노랗게 비추고 있었다. 벽에는 와인병과 오래된 흑백사진들이 장식처럼 놓여 있었다. 현지인들로 보이는 손님들은 느긋하게 식사하며, 와인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뒤, 티본스테이크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 위에 올려진 고기는 거의 하나의 작품 같았다. 표면은 짙게 구워져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기름기가 반짝였다. 칼을 넣자 겉은 단단했지만 속은 부드럽게 갈라졌다. 한입 베어 물자 육즙이 입안에서 터졌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퍼졌고, 불향과 소금의 짠맛이 뒤따라왔다. 완벽하게 부드럽지는 않았다. 약간 질긴 식감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고기다운 맛이 났다. 운전 때문에 아쉽게도 와인은 마시지 못했지만, 고기향은 입안에 오래 여운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