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바카라, 한수희 <오늘도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생각이 유난히 많았던 해가 있었습니다. 마음에 큰 생채기를 입었고 치유하고자 이런저런 노력을 했지요. 그 노력 중에는 갑자기 훌쩍,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해 6월, 초록이 무성하던 때에 저는 바카라 한 권을 들고 광주로 갔습니다. 제 마음을 동하게 한 전시회를 보려고 2박 3일 일정으로 갔어요. 보고 싶었던 전시회는 둘째 날 오전에 갔습니다. 그 외 남는 시간 중 오전에는 공원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을 가고 점심을 먹은 이후 한낮의 더위가 강할 시간에는 숙소에 틀어박혀 바카라을 읽었지요. 그 바카라이 한수희 님의 <오늘도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였습니다. 아, 저녁 시간에는 내면의 열기를 분출하러 야구장에 갔었다는 고백을 보탭니다.
이 바카라으로 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인 거 같아 이 바카라을 들고 간 거였죠. 바카라을 펼쳐보니 세 개의 ROUND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ROUND 1은 아마도 20대 때 누구나 할 법한, 여러 시행착오들과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덤덤히 썼다는 인상이었고, ROUND 2는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 내 잘못이 아니니 본인을 탓할 필요도 없고 그저 있는 그대로 덤덤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을 다루었다 느꼈습니다. 어찌 보면 있는 대로 덤덤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 그것이 곧 나 자신일 수 있죠. 마지막 ROUND 3은 가치관의 차이일 뿐 정답이 없는 것들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서술한 거라 생각했어요.
그중 ROUND 2를 중심으로 이번 편을 적으려 합니다.
이 글에서는 바카라 전반의 감상을 다루지 않습니다. 바카라을 읽다 든 생각 중 '제 인생 및 가치관에 영향을 준 생각'을 위주로 다룹니다. 이 바카라에 대한 전반적인 저의 감상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kim-lotus-root.tistory.com/14
이전 편에서 다룬 <페르세폴리스>는 '나다운 나'의 실마리를 찾게 해 주었고,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일부를 보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부분에서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봤는데, 이 바카라의 ROUND 2가 그 부분의 답변을 상당부분 해주었다는 걸 독서기록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제 자신에 대한 여러 방면을 돌아보게 했거든요.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루기에는 지면이 길어지므로 이 글에서는 '소비' 및 '내가 좋아하는 일'로 한정하여 다뤄보려 합니다.
소비는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쿨한 사람, 의식 있는 사람, 트렌디한 사람, 잘 나가는 사람, 괜찮은 사람, 멋진 사람.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돈을 써야 했다. 돈을 쓰지 못하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었다. (바카라 152 페이지 중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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