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오늘이 가장 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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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자료를 뒤져볼 일이 있어서, 어느 파일을 훑어보다가 발견한 사진. 대학교 4학년이던 해의 어느 여름날, 갓 제대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후배 녀석이 디카 산 기념으로, 계단과 계단 사이에 비치된 거울 앞에서 찍은 한 방. 당시는 이제 막 카메라 기능이 핸드폰에 장착되기 시작한 시절이기도 했고, 그 과도기에서 디카가 개인 휴대품이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내 나이보다는 더 들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러나 지금에서 돌아보니, 취업 준비로 추레했던 일상의 모습도 저리 앳되어 보인다. 아직은 똘기가 충만했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실상 저 시기에 이미 내 인생 최대의 곡절 속으로 미끄러져 들고 있었다. 하여 피부 탄력을 회복시켜 준다고 해도, 다시 돌아갈 용기는 없는 시간. 지금은 사라진 한남동 캠퍼스의 풍경이기에, 이젠 사진 속의 공간도 없고, 그 시간 속의 청춘들도 없고, 뭐든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던 호기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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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찍고 싶지도, 찍히고 싶지도 않은 노화의 흔적.

그나마 무난하게 찍힌 것들만 선별하는, 내게 남아 있는 날 중에선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정신승리.


이젠 기억이 10년 단위다. 또 다시 10년의 세월이 흘러서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볼 땐,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같은 맥락에서, 10년 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1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10년의 결론이 결국엔 제로베이스. 적어도 그런 열린 체계로 깨달으면서 고쳐 잡았던 새로운 영점의 순간들. 그 전제 위로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시간, 10년 후에 다시 돌아보면 지금의 우리는 또 이렇듯 앳되어(?) 보일 터이니, 내가 남아 있는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 같지 않은 말로라도 다독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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