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 캐논 변주곡

하늘과 연못의 사랑이야기

연못이 하늘에게 말했다.

“니가 매일같이 푸르다면, 나 역시 항상 푸를거야. 나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어떻게 비를 내려서 흙탕물을 만들고, 흐린 날씨로 내 물빛을 흐리게 할 수가 있어?”


그 이후로 하늘은 계속 맑기만 했다. 연못의 물은 계속 말라갔지만, 연못이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하늘은 끝내 비를 내리지 않았다. 연못은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도록 하늘에게 비를 내려달라지 않았고, 다시는 하늘을 담을 수 없었다.


어느 바카라에 실은 글인데, 아주 오래 전 싸이월드에 먼저 썼던 것이다. 내 이름에는 ‘하늘’의 뜻을 지닌 한자가 있고, 그녀의 이름엔 ‘연못’이란 뜻을 지닌 한자가 있어서, 하늘과 연못에 가탁해 쓴 내 심정이기도 했다.


연못은 실상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하늘에게서 그런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도 아니란 사실을, 그때도 짐작은 했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닌 척, 실상 하늘도 약간의 몽니를 부리고 있었던 것.


다시 비를 내리고, 연못에게 다시 투정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연못을 지켜주는 것. 그로써 연못이 담을 수 있는 하늘도 지켜내는 것. 그런 게 하늘처럼 사랑하는 법이 아니었을까? 연못도 자기가 너무했다는 걸 모르진 않는다는 사실을 가끔씩은 들키고 싶어 했거든. 그러나 당시의 나로선 가능하지 않았던, 연못을 사랑하는 법.

신촌 지역의 그 또래 학번들 사이에서는 그런 소문이 있었던가 보다. 영화화되기 이전에 인터넷 소설로도 유명세를 치른 <엽기적인 그녀>가 연대 ‧ 이대 커플의 실화라는... 이 이야기도 그녀에게서 들었던 걸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것.


그런데 이 경우는 여자 쪽이 연대.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었던 연대 출신이었는지,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영화 속의 전지현만큼이나 순수하고 엉뚱했던 그녀. 실상 자신이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며 영화 속의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했다. 비극은 내가 견우의 성격은 아닌, 단국대 출신이었다는 거지.

“못 믿겠지만... 나 미래인을 만난 것 같아. 너의 미래 말이야.”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의 대사. 반복되는 인생의 장면들이 있잖아. 가끔씩은 과거의 그녀에게서 이미 확인한 이런 저런 미래들을 발견하곤 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그녀를 다시 이해해 보게 됐다. 아니 나에 대한 이해를 해보게 되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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