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인연이란 정의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images.jpg지미 리아오,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갑자기 왜 저러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

그녀를 만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한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알아?”였다.


내 표현이 기대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거지.


그런데 저 말 한 마디에서도 대강의 전개가 예상되지 않아?

뭘 해도 싸움이 되는 거야. 이별의 순간으로부터 돌아보면, 잘 지내기만 해도 모자랐던 시간이었는데...


끝을 향해 가고 있던 어느 날.

집 앞으로 찾아갔다.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면서, 그 ‘노력’이란 걸 보여줄 요량으로...


안 나올 걸 짐작은 하고 있었거든. 그래도 나는 사랑에 대한 예를 다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변명의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녀와 자주 갔던 ‘투다리’에서 홀로 맥주 한 잔을 시켜놓고서 기다렸다. 맥주 한 잔에 안주까지 시키기도 그렇잖아. 기본 안주로 주는 뻥튀기에 두 잔째를 시키려니 그도 눈치가 보이는 거야.


1시간이 넘도록 안 나오길래, 근처에 사는 후배를 불렀다. 한 놈이 두 놈이 되고, 두 놈이 세 놈이 되고, 결국엔 그 동네에 술을 마시러 간 게 된 꼴. 속상할 때 마시는 술의 결과가 대개 그렇듯, 결국 필름 끊겼다. 눈을 떠보니 내 방 천장.


그녀는 집 앞으로 나와 봤을까?

뭐, 이미 어찌 됐든 상관없는 거였다. 그날이 마지막이었으니까. 실상 그 전이 마지막 만남이었던 거지.

지미 리아오,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한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알아?”


내 노력이 미진해 보였을 수도 있지.

그런데...

자신을 향한 사랑을 그렇게 평가절하하는 것으로 그녀가 얻을 수 있는 건 뭐였을까? 관계의 주도권? 내가 한 사랑에 대한 모욕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던 걸까? 내겐 더 이상 지켜낼 게 없었던 것.


사랑을 받는 일에도 자격이 있는 게 아닐까? 내 사랑이 아깝다는 생각이 쌓이고 쌓이던 어느 날, 다시 연락을 해온 그녀를 이번엔 내가 거절했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야 그녀보다 작지 않았을 테지만, 또 거절의 쾌감이란 게 있더라구. 그래서 그랬던가 싶은, 뒤늦은 이해로 그 사랑을 마무리했다.


저자 분에게 처음부터, 과거의 누군가를 이해해보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다고 말씀을 드렸다. 글에서 어떤 단서를 찾은 것 같긴 하다.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불안감에, 때로 못 되게 굴었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 결과는 달랐을까? 그렇지 않았을 게다. 지금 알고 있는 것으로도 현명히 대처하는 지금인 것만은 아니니 말이다. 다시 돌아간다면, 또 모르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 사이였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인연’이라는 간단한 정의가 필요한 것인지도...

만날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다시 만나게 된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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