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을 좋아했던 아이
유독 파란색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에 관한 기억은 없다. 그냥 언젠가부터 파란색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삼성 라이온스를 좋아한 것도, 울트라 니폰과 아주리 군단의 편이었던 것도 아닌데, 그런 상징성과는 무관하게 그냥 좋아하는 색이었을 뿐이다.
내 유년시절의 문법 속에서는, 색에도 어떤 위계가 있었던 것 같다. 내 또래들에겐 신화로 남아 있는, 어느 날 우주로 사라졌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온 다섯 아이들의 연대기 속에서, 블루 후뢰시가 차지하는 단독샷 지분으로 파랑의 기표적 지위가 해명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1호기 레드와 같은 완벽에 가까운 능력치는 아니지만, 그 부족분만큼으로 젊어 보이던….
나는 언제나 2등이었던 것 같다. 물론 공부 이야기는 아니고…. 관심을 가진 분야는 많았고, 자잘하게나마 할 줄 아는 분야도 많았는데, 각 분야마다 나보다 월등한 놈들은 꼭 있었다.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어느 빨강에 대한 항상 파랑의 자리. 그렇다고 멍울의 색깔인 건 아니고, 완벽하지만은 않았던 청춘의 색깔이라 다독이고 있다. 또한 내 색깔이 이런 것이니 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이 사실도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그래서 내 푸른 시절을 다 바쳐서 빨강의 지위를 욕망하기도 했었는데, 되고 싶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고…. 먼 길을 돌아오는 동안 부서져 내린 욕망의 틈바구니로, 이젠 얼핏얼핏 내 유년시절의 색이 보이기도 한다. 내 낡은 서랍 속에 여전히 담겨 있던 하늘과 바다, 나의 파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