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관해서도
“비도 오는데 소주나 한 잔 하자.”
비도 내리다 만 어느 날, 단톡방에 올라온 메시지. 비가 원인일 것 같으면, 비가 오지 않은 날에 기울였던 술잔들은 뭐지? 내 측근들은 따로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생활체계에 익숙하지 않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충동적으로 모여 술을 마셔대던 날‘들’.
얼마 만에 와 보는 파전골목인지, 오랜만에 마주한 저 나무를 보고서 여기가 거기였다는 사실을 새삼... 이 거리가 있기 전부터, 저 나무가 먼저 저 자리에 있었을 것 같지 않아?
이곳도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그러나 내 대학 선후배들은 여전히 새벽 2~3시까지 술을 마신다. 그에 반해 나는, 술을 대하는 태도와 삶에 관한 가치 체계가 예전과는 많이 바뀐 탓에, 언젠가부터 11시가 되기 전에 먼저 일어선다. 그게 스스로 배신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어찌 보면 나는 리셋이 된 시간을 다시 살아가는 입장이니, 새로운 시간 속에서 인간에 대한 환멸감도 다시 새로 겪곤 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 시절처럼 술을 마시고 있다.
변화라는 것에 대한 양가성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대학교 시절에 애용했던, 회기에서 이촌으로 가는 이 라인의 열차는 여전히 잘 안 온다. 인생이 그렇다. 기다리지 않을 땐 잘만 지나가는 것 같더니만, 내가 기다리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잘 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