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익숙해진다
대학교 4학년 때, 워드프로세서 1급과 한자능력 1급을 따러 상공회의소를 들락거리던 시기가 있었다. 3학년 때까지는 다른 쪽의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4학년이 될 무렵에 다가온 각성은 내가 꽤나 무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남들은 이미 따놓는 것들을 4학년이 되어서야 갖추며, 남들처럼 임용고사를 준비했다.
그 시절에도 워드를 못 치는 이들이 없었고, 전공이 한문이었지만, 임용시험에 가산점이 있는 자격증들이었다.
그 시절에도 워드를 못 치는 이들이 없었고, 전공이 한문이었지만, 한 번씩 떨어졌다. 영어 타자가 만만치 않았고, 한문 전공자라고 해서 모든 한자를 다 아는 건 아니니까.
시험장 옆의 언덕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보이는 것이었는데, 왜 그때는 그 언덕길을 한 번 오를 여유가 없었을까? 한참의 세월이 흘러, 얼마 전부터 알라딘 MD 미팅을 하러 오면서 늘상 보게 되는 풍경. 학교 건물인가 싶었는데, 교정은 강동구에 있더라구. 서울 시민이 된 지가 오래되었어도, 난 아직도 서울에 대해서 잘 모른다.
개인적인 성향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릴 적에는 서울의 사립학교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있었다. 특히나 배재고와 휘문고. 우리 학교에 야구부와 축구부가 있었거든. 우리 학교는 맨날 깨지고 돌아왔지만, 상대팀으로 익숙했던 이름들.
고등학교 1학년 때, 내 앞번호의 친구는 보성중학교를 졸업했다. 아버지가 강원대 총장으로 오시면서 나와 같은 반이 된 경우. 그때 그런 질문을 했었다. 그 큰 도시에서 버스는 어떻게 타고 다니느냐고... 아마도 버스 노선이 복잡해서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그렇게 던졌던 것 같다.
막상 살아 보니, 그때 친구가 했던 대답이 이해가 됐다. 살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삶이란 게 그렇잖아. 막막해 보이던 일들도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이를테면 서점 MD 미팅 같은 것. 이거,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줄 수 없을 정도로, 그냥 겪으면서 알아야 하는 것이다. 겪어 보면 별 것 아닌데, 겪어 보면 내 말이 무슨 의미인 줄 알게 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