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와 심리학 - 유사과학인가? 운명인가?

<주역>, 명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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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시절의 어느 해. 축제 기간에 사주를 봐주고 돈을 벌어볼 요량으로, 잠깐 동안 역학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군복무 말년에 할 짓이 없어서 사주공부를 했다는 후배 놈과 함께, 제법 그럴듯한 역학 관련 서적을 펴놓고서 ‘장사’를 했다. 결과적으로 장사는 망했다.


대학교 축제라는 취지에 맞게 딱 천 원의 복채만을 받기로 한 패기, 대략 10분 정도의 시간으로 남의 인생을 진단하겠다는 사기, 그것도 손님이 끊이질 않아야 시간당 6천 원을 버는 꼴이라는 객기. 그날 하루 동안 3만원을 못 벌었던 것 같다. 민망함을 분산시키기 위해 바람잡이로 배치시킨 후배들에게 점심과 저녁을 먹이고 나니 오히려 적자. 롯데리아에서 하루를 일하는 것보다 못한 효율성에 그날로 장사를 접었다.


다음날부터 체육과에서 복싱 도구들을 빌려와, 여학우들만을 고객으로 하는, 일렬로 세워놓은 남학우들 중에 골라 때리는 ‘인간 샌드백’으로 몸빵을 했다는... 우리 과 후배들에게 맞다가 입 돌아가는 줄 알았잖아.

교직 시절에도 수능 끝난 고3 놈들 봐 주느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수업시간에 甲이란 글자 관련해서 설명하다 보면, ‘환갑(還甲)’이란 단어에서 자연스럽게 사주팔자 이야기로 이어졌다.


<삼국지>에서도 각국의 바카라사들이 점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로빈슨 크루소>에서도 타로점을 보는 장면이 있고... 그걸 꼭 믿어서가 아니라, 인문학적 해석을 위해서라도 공부해 볼 필요가 있는 영역이다.


서양철학에서도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이란 게 있다. 타로카드가 이걸 적용한 것.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자연의 섭리 기저에는 어떤 요소들이 작동하는지에 관해 고민했던, 인수분해적 결과다. 지금의 상식에서는 유사과학일 수 있지만, 이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연금술이 없었고, 화학이 없었고, 원자라는 개념도 없었다.


4원소설이 과학적이라서, 엠페도클레스의 페이지를 공부하는 것이겠어? 원자까지 쪼개들어가면서 세계를 이해하려 했던 서양의 사유체계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다. 사주팔자 역시 그래. 족집게처럼 맞춰서가 아니라, 왜 사람들이 그런 담론에 의지하는지를 살피는 문화인류학적 방법론이다.


점을 왜 보는 줄 알아? 인간은 자기 생각이 다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 이는 ‘레이크 워비곤’ 효과라는 심리학 이론이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착각. 삶은 결코 내가 그린 그림대로 다가오지 않거든. 점이라는 건 그 점괘가 꼭 맞아서라기 보단,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포괄하는 확장성이기도 한 것. 점의 결과로 내 스탠스를 다시 설정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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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공부하는 데 의외로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특히나 라이프니츠 - 들뢰즈의 모나드와 주름 이론을 설명하기엔 이만한 사례가 없다는 거. 사람마다 삶을 살아가는 특정한 지향성과 양태, 그런 방정식 정도는 있다는 거야. 그러나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그래프는 충분히 변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전제다.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너 자신에 대해 먼저 알라는 것. 결론은 소크라테스에게로...


그런데 지금 시장에서 통용되는 이론은, 조선시대에 잡과로 벼슬을 주던 그 학문은 아니다. 옛날에는 농사가 기반이었으니까, 1년의 기후가 중요했던 거야. 인간을 자연의 한 표집으로 생각했던 동양의 정신인 바, 명리는 인생의 기후를 알려주는 정도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에 질기게 따라붙는 삶의 고민들. 일기예보를 듣고 우산을 챙길지를 결정하면 될 것이고, 해가 쨍한 날에 해야 이로운 것들이 있을 것 아닌가. 그 정도를 말해 주는 것.


飛龍在天 利見大人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


<주역>에 나오는 말인데, <주역>이란 제목이 사주팔자보다는 뭔가 더 심오해 보이잖아. 그런데 이도 바카라에 적힌 문장들의 결과로 가부(可否)만을 결정하는 성격인 거지, 귀인이 나타난다거나 횡재수가 있다거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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