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세르토닌, 비타민D
슈퍼맨. 그 힘의 원천으로 설정된 상징 중 하나가 태양.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솟는 뽀빠이와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 그리고 비타민D와 세로토닌의 ‘맨 오브 스틸’.
이제 자외선 피하겠노라 외출 때마다 썬크림을 바르는데, 자외선과 함께 들어 있는 것을 너무 안 받아도 문제가 되는 나이.
이 나이쯤 되고 보니, 왜 영화 제목을 <이터널 선샤인>으로, <햇빛 쏟아지던 날들>로 지었는지가 이해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변해가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아니 영원히 변하지 않을 풍경 중 하나. 그 시절과 같은 조도로 쏟아지고 있는 듯한 햇살 안에서, 기억 속의 조도를 쐬며 걸어가고 있는 듯한 때가 있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화학 실험실과 유사하여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어떤 때는 위험한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에서 -
햇빛이 그렇기도 하잖아. 비타민D와 함께 자외선도 포함된 ‘파르마콘’, 약인 동시에 독. 유리창을 투과한 빛에는 비타민D가 없대. 그러니 창문을 열고서, 자외선과 함께, 어느 부위로 받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문제라네.
인생에 비친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의 의미도 그렇지 않던가. 빛과 그림자, 그 가시적인 영역 너머에서 들이치는 자외선도 포함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 걸러서 발라서 받을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까지가 빛인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