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을 통과한 나른한 오후의 볕이 테이블 위로 비스듬히 부서져 내리던, 꽤 오래전 어느 날이었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낮고 잔잔한 멜로디 사이로 유독 시선이 멎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자리에는 시리도록 맑은 노란빛의 레몬에이드 두 잔이 놓여 있었다. 한 잔은 힘없이 쥐고 있는 그녀의 손끝 앞에, 나머지 한 잔은 온기조차 닿지 않는 맞은편 빈자리 앞에 우두커니 놓여 있었다.
유리잔 벽면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리는 투명한 물방울처럼 그녀의 눈가에도 차마 쏟아내지 못한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숨을 들이쉬는 어깨의 미세한 떨림조차 위태로워 보였다. 그녀는 그저 아무도 오지 않을 텅 빈 의자만을, 마치 그곳에 여전히 누군가의 흔적이 머물러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하염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얼음이 천천히 녹아들며 단맛을 잃어가는 음료처럼 그녀의 시간도 돌이킬 수 없는 어느 기억 속에 오롯이 갇혀 있는 듯했다.
아무런 인연도 없는 타인이었지만 차마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녀가 그 허공 같은 빈자리를 바라보듯 나 역시 숨을 죽인 채 그녀의 아련한 슬픔을 바라보았다. 어떤 약속이 깨어진 자리였을까. 끝내 도착하지 못한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영영 떠나보낸 사람의 잔상을 배웅하는 중이었을까. 차마 다 헤아릴 수 없는 상실감이 테이블 너머로 번져와 낯선 그녀의 아픔이 내 가슴을 덜컥 베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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