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를 마주한 오늘은, 바쁘게 흩어져 있던 일상의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 차분히 내려앉는 듯한 날이었다.
마주 보고 앉아 따뜻한 전복정식을 나누며 그동안 서로의 계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두런두런 묻는 동안, 비어 있던 시간의 공백은 어느새 다정한 온기로 채워지고 있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난날의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는 햇살을 받으며 오름 입구에 자리한 한적한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 문을 열고 내리자 맑은 숲 냄새가 기다렸다는 듯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나도 모르게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키 큰 나무들 사이에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씩 맑아지고, 바쁘게 흘려보내던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했다.
폭신한 우유 거품 위에 시나몬 가루가 소복이 내려앉은 카푸치노 한 잔을 앞에 두고, 창밖의 푸른 숲을 바라보며 못다 한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놓았다. 한동안 묻어두었던 안부와 지나온 날들의 마음이 따뜻한 커피 향을 타고 조용히 오갔다.
자주 보지 못해 꽤 오랜만에 만난 사이인데도 어색함은 없었다. 굳이 대화의 빈틈을 채우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잠시 말이 끊겨도 불편하지 않았고, 그저 마주 앉아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랜 친구란 어쩌면 멀리 떨어져 있던 시간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품어주는 사람인지 모른다.
좋은 사람과의 시간은 늘 야속할 만큼 빠르게 흘러간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 돌아오는 길, 문득 카페에서 마셨던 카푸치노의 시나몬 향이 다시 떠올랐다. 함께 웃었던 순간들과 다정하게 건네던 말들이 향기처럼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싱그러운 나무 냄새와 따뜻했던 대화, 그리고 오랜만에 느껴본 편안함. 그 안에는 오래 기다려온 마음이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
다시 만난다는 건 어쩌면 멀어졌던 시간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시간까지도 서로의 삶으로 따뜻하게 끌어안는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