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꼬리를 물고 유독 마음이 어수선한 날에는 조용히 서랍 앞자리에 앉아본다. 언제 넣어두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한 낡은 영수증 조각들, 언젠가는 쓰겠지 싶어 고이 모셔둔 자잘한 물건들이 틈새마다 빽빽하게 엉켜 있다. 쓰지도 않으면서 쉽사리 놓아주지 못했던 것들을 바닥에 하나씩 꺼내어 늘어놓다 보면, 그 꽉 막힌 모습이 꼭 지나간 미련과 온갖 잡념을 끌어안고 있던 내 마음속과 겹쳐 보여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
쥐고 있던 것을 털어내는 일에는 꽤 큰 용기가 필요하다. ‘혹시 없으면 아쉽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과, 오래 머물렀던 흔적들에 대한 아쉬움을 가만히 털어내야 비로소 손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맘 먹고 필요 없는 것들을 봉투에 덜어내기 시작하면, 서랍 안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빈자리만큼 가슴속을 짓누르던 답답함도 한 꺼풀씩 벗겨지는 기분이 든다. 손끝으로 물건의 자리를 다시 잡아주는 동안, 어지럽던 머릿속도 맑고 쾌적하게 숨을 고른다.
언제나 틈 없이 꽉 채우며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양손 가득 짐을 쥐고 있으면 새로운 바람이 스며들 틈도 없고, 지금 내 곁에 남아 있는 진짜 소중한 것들을 귀하게 여길 여유조차 사라진다. 덜어낸다는 것은 무언가를 영영 잃어버리는 일이 아니라, 나를 살아가게 하는 진짜배기들만 남겨두어 일상을 한결 가볍고 산뜻하게 가꾸는 일이다.
깨끗해진 서랍을 조용히 밀어 넣으며 탁탁 손을 털어낸다. 묵은 짐을 비워내어 시원해진 공간처럼, 내 마음의 자리에도 언제든 맑은 바람이 솔솔 드나들 수 있기를, 그렇게 한결 가뿐해진 걸음으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