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음과 타인의 시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오롯이 혼자가 되는 시간. 방문을 닫고 은은한 작은 불빛 아래 앉으면, 그제야 낮 동안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마음의 긴장이 스르르 풀려나간다.
젊은 날의 내게 고독은 피하고 싶은 어두운 그늘 같았다.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았고, 홀로 남겨진 시간 속에서는 막연한 불안이 고개를 들곤 했다. 그래서 채워지지 않는 말들로 침묵을 메우려 했고, 분주함 속에 나를 숨기려 애썼다.
하지만 수많은 계절의 굴곡을 지나온 지금의 내게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 가장 정결한 휴식이자 피난처다. 밖으로 쏟아내지 못한 채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세상의 잣대에 다치고 쓸린 내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지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펜을 들고 하얀 종이 위에 내 안의 문장들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버텨낸 내 진솔한 숨결을 담담히 적어 내려간다. 거친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도 여전히 나라는 사람이 온전히 서 있음을, 글을 쓰며 비로소 확인한다.
침묵은 공허한 멈춤이 아니다. 내 안의 깊은 우물을 파 내려가는 가장 단단한 축적의 시간이다.
홀로 있는 시간의 밀도가 짙어질수록 나는 세상의 흔들림에 덜 흔들린다. 고요 속에서 나와 마주하는 이 짧은 사색의 시간이야말로, 내일의 거친 파도 앞에서도 다시 한번 단정하게 옷깃을 여밀 수 있게 해주는 나의 가장 든든한 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