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길

byLiA

세상은 가끔 타인의 삶을 너무 쉽게 짐작하곤 한다.

정갈하게 매만진 옷깃이나 엷게 띤 미소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하루 뒤편에 어떤 계절이 흐르는지는

묻지 않은 채 그저 평온하고 그늘 없는 삶이라 단정 짓는다.


예전의 나라면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내 걸음 역시 얼마나 위태로운 돌밭을 지나왔는지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홀로 견뎌낸 밤들의 서늘함과 가슴 밑바닥에서 삼켜낸 한숨의 무게를 알아달라며, 굳이 내 상처의 흉터를 들추어 보여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오며 배웠다.

타인의 오해를 지우기 위해 내 연약한 속살을 다 내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세상의 짐작 앞에 구차하게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지나온 길의 온도는 내 마음이 가장 깊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타인의 시선에 일일이 흔들리기에는,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가 너무나 귀하고 애틋하다. 그들이 보는 모습은 그들의 마음에 머물게 두고, 나는 그저 내가 살아내야 할 오늘을 가만히 보듬는다.


묵묵히 입을 다무는 것은 체념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안아주기 위한 가장 다정한 침묵이다.


겉으로 풍기는 온화함은 삶이 무탈해서가 아니라,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내 마음의 작은 촛불 하나를 꺼뜨리지 않으려 꼭 쥐어온 손끝에서 번져 나온다는 것을 안다.


오늘도 타인의 무심한 말들은 바람결에 가볍게 흘려보내고, 따뜻한 찻잔 하나를 쥐듯 내 삶을 소중히 품에 안은 채 나만의 길을 조용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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