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하루에는 의미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았던 하루에도

byLiA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무엇을 했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무언가를 이루지도 못했고,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다

하루가 저물어버린 것 같다.


하루의 끝에서 우리는 종종

오늘을 평가한다.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는지를 생각하며

하루의 가치를 판단한다.


그래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날은

쉽게 무의미한 하루가 된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본다.


하루의 의미는

반드시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생기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냈다고 생각했던 날에도

나는 분명 그 시간을 살아내고 있었다.


잠시 바라본 하늘이 있었고,

무심히 들었던 음악이 있었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마음에 담아두었던 순간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시간에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고,

마음은 조용히 무언가를 지나고 있었다.


어쩌면 삶은

눈에 보이는 성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결과로 남는 것들을 기억하지만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것은

결과로 기록되지 않는 시간들이기도 하다.


망설였던 시간,

멈춰 있었던 시간,

길을 잃었던 시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성였던 시간.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씨앗이 땅속에 머무는 동안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람의 시간도 어쩌면

그와 비슷한 것인지 모른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날에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변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하루를

쉽게 실패라고 부르지 않으려 한다.


그날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살아냈다면

그것으로도 하나의 시간이 되었으니까.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하루처럼 보이는 날이

나에게는 꼭 필요한 하루였을 수도 있다.


잠시 멈추어야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 있는 날이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비로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날도 있다.


어쩌면 하루의 의미는

그날 바로 발견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때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일이

시간이 흐른 뒤 하나의 의미가 되기도 하고,


버려진 것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돌이켜보면 나를 지켜준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니 오늘을

함부로 무의미하다고 단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하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오늘의 나는

웃기도 했고,

생각하기도 했고,

망설이기도 했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삶은 어쩌면

특별한 날들의 집합이 아니라

별것 없어 보이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시간이 되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그 하루를 너무 빨리 판단하지 말자.


모든 하루에는 의미가 있다.


다만 우리는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오늘의 의미는

내일의 내가 알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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