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에게도 기억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보고

by키튼

※ 영화의 주요 설정과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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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을 보고 나온 뒤, 아내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우리는 조금 서먹한 상태였다. 별것 아닌 말에서 시작된 일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아내가 한 말을 나는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게 받아들였고, 아내 역시 그런 내 반응에 기분이 상했다.

평소 같았으면 서로 조금 더 버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날은 영화를 보고 나니 먼저 말을 걸고 싶어졌다.




그날 본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피터 파커는 모두에게 잊힌 사람이다.

전작에서 피터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자신을 잊게 만드는 선택을 했다. 가장 사랑했던 MJ도, 가장 가까웠던 친구 네드도 이제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스파이더맨을 안다.

하지만 그 가면 안에 있는 피터 파커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처음에는 그것이 영웅다운 선택처럼 보인다.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위험해진다면, 차라리 그들의 삶에서 자신이 사라지는 편이 낫다.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않고 스파이더맨으로만 살아간다면 적어도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피터는 점점 ‘피터 파커’로 사는 일을 포기한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홀로 살아가면서 도시를 지키는 일에 매달린다. 또래들의 휴대전화에 친구와 가족의 메시지가 쌓이는 동안 그의 휴대전화에는 범죄 알림만 울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점점 더 강해지면서 동시에 점점 더 불안정해진다.

억눌러 온 무언가가 몸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힘은 강해지고 공격성은 커진다. 자신 안에 있는 거미의 본능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히어로물을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설정을 조금 과장되었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과장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완전히 잊힌 사람이 느끼는 슬픔을 현실적으로 그리려 했다면 아마 훨씬 조용했을 것이다.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사람을 피하거나,
괜히 예민해지거나,
별것 아닌 말에 화를 내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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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을 들여다보는 의사이자, 내 마음과 삶도 천천히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일과 일상 사이에서 발견한 것들, 겁이 나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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