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정말 필요한 능력은 교과서에 없었다
요즘 인스타툰을 연재하면서 의대생 시절을 자주 떠올린다. 병원 실습 때 있었던 일을 만화로 그려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기억을 뒤져 보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별로 없다.
벌써 십 년도 더 지난 일이다.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길었고, 황당한 일도 많았고,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이야기했던 에피소드도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은 구체적인 사건보다 이상한 감각들이다. 불편한 구두 안에서 퉁퉁 부어 오르던 발, 교수님이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는 숨소리조차 조심해야 할 것 같던 외래의 공기 같은 것들.
우리 학교에서는 의대생들이 거의 일 년 동안 여러 병원과 진료과를 돌아다니며 실습했다. 실습의 첫 번째 원칙은 명확했다.
바쁜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을 것.
미국 의학 드라마에서는 학생들이 의사를 붙잡고 질문을 쏟아 내고 진단을 두고 토론을 벌이지만, 내가 경험한 병원에서 그런 장면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학생에게 주어진 역할은 대개 잘 보이는 곳에서, 그러나 방해가 되지 않는 위치에 서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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