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새벽 달리기
새벽 4시였지만, 습기의 자국이 지워진 땅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지난밤 내릴 거라던 비가 내리지 않은 탓인 듯했다. 간혹 선선한 바람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통트기 전에도 기온은 이미 26~27도를 가리켰다. 해가 지고 한참 동안 식었을 텐데도 이 온도라면, 지난밤 꽤 더웠던 것이다. 불현듯 차라리 비가 내리는 것이 좋았다고 생각하게 될 거라는 어느 뉴스 진행자의 말이 생각났다. 볼과 어깨, 그리고 팔을 통해 온몸으로 뻗어 나가는 열감은 금년 처음 느껴 보는 것이었다. 그 말이 틀리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까만 새벽이라 위치를 분간할 수 없지만, 어느 나무에 붙어 있을 것 같은 매미는 쉬지 않고 울었다. 물론 군데군데 떨어져 힘을 잃은 매미도 보였다.
길을 잘못 잡고 땅 밖으로 나온 지렁이는 시멘트 바닥에서 도무지 성공할 것 같지 않은 생존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흙바닥까지 가기 위해서 쏟을 수 있는 힘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 고된 몸짓에 비해 거리가 멀어 보였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진 참이었다. 그때 최선을 다하는 모두의 모습을 보았다. 얼마쯤은 체력에 여유가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달리기를 멈추는 것이 괜히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꼭 매 순간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데도 마땅한 이유 없이 하지 않는 것이 매미와 지렁이에게 부끄러운 행동 같았다. 그래서 차오르는 숨을 삼키고,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어제는 대서였다. 염소의 뿔이 녹을 것을 걱정해야 할 만큼 절기로는 절정의 더위가 찾아오는 때였다. 장마는 이번 주말을 끝으로 끝이라고 했다. 더위와 싸워야 하는 여름을 앞에 둔 것이다. 내게 아주 중요한 여름이다. 오늘처럼 잘 버티고, 달리기로 한 만큼은 달려내는 여름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