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어려운 것들

8th

by칸테


8장. 말하기 어려운 것들

오랜만에 가족들과 모여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그날따라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았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옛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에 돌아와 다음 날 아이가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며 잠에 들려고 하는 찰나였다.

“아빠.”

나는 휴대폰 불빛으로 아이의 얼굴이 보이도록 살짝 비추고 대답했다.

“왜?”

아이는 정말 순수한 얼굴과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은 어떤 철학적 질문보다 어려웠다.
어른들과 나누는 어떤 대화보다도 어려웠다.

“엄마는 어디 있어?”

순간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올 것이 왔구나.

언젠가는 물어볼 거라 생각했고, 나름대로 수없이 대답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그 언젠가가 오늘이었다.

아직 완전한 대비가 되지 않았는데….

나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휴대폰 화면을 껐다.
방 안이 다시 어두워졌고, 순간적으로 너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대답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사실대로 말하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렸고,
거짓말을 하기에는 아이의 눈이 너무 맑았다.

나는 잠시 시간을 벌듯 아이에게 되물었다.

“엄마 보고 싶어?”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응.”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아팠다.

나는 아이에게 부족하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내가 더 많이 놀아주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사랑하면 아이에게 없는 한 사람의 자리까지 채워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의 질문은 너무 간단했다.

엄마는 어디 있어?

그 질문 앞에서 내가 얼마나 좋은 아빠인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는 아무런 대답이 되지 못했다.

나는 아이에게 엄마를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른들의 진실을 다 말하는 것이 솔직함일까.
아이를 위해 일부를 감추는 것이 맞는 걸까.

그때 처음 알았다.

아이에게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진실을 건네는 일이었다.

사실은 언제나 시원하고 통쾌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진실도 누군가에게 건네는 순간, 칼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날 처음 알았다.

나는 어둠 속에서 아이의 작은 손을 찾았다.

“음… 엄마는 지금 우리랑 같이 살지는 않아.”

말을 하고도 이게 맞는 대답인지 알 수 없었다.

아이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

“왜?”

역시 끝이 아니었다.

나는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엄마가 어디 있느냐는 질문보다, 어쩌면 이 질문을 더 두려워했던 것 같다.

“음…… 엄마랑 아빠가 같이 살 수 없게 됐어.”

“싸웠어?”

아이의 질문은 짧았고, 내가 숨겨두고 싶은 곳만 정확히 찾아왔다.

“조금.”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다시 물었다.

“그럼 화해하면 되잖아.”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맞는 말이었다.
싸웠으면 화해하면 된다.

그걸 모르는 어른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화해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 두 글자를 말하기 위해 사람이 얼마나 성숙해야 하는지는 잃어본 뒤에야 알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싸웠으면 미안하다고 하면 되고,
헤어졌으면 다시 만나면 된다.

아이의 세상에서는 아직 많은 일이 그렇게 해결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상에는 미안하다고 해서 돌아갈 수 없는 일도 있고,
서로 미워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없는 관계도 있었다.

그걸 다섯 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말했다.

“화해한다고 다시 같이 사는 건 아니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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