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으면 어떡하지

9th

by칸테

9장. 내가 없으면 어떡하지

사람은 참 이상하다.

혼자일 때는 죽는다는 것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지켜야 할 사람이 생기면 갑자기 오래 살고 싶어진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결혼하기 전에도 그랬고,
아이를 낳기 전에도 죽음이라는 것을 가끔 생각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죽음은 조금 막연했다.

언젠가 나에게도 찾아올 일.
아주 먼 미래에 있는 일.
지금의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 죽음은 전혀 다른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갑자기 무섭다..

내가 죽는다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라,

내가 없어진 뒤에 남겨질 아이가 무서웠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이의 가방을 정리하고,
씻으라고 몇 번을 말하고,
양치를 했는지 확인하고,
내일 입을 옷을 대충 꺼내놓았다.

“아빠, 물.”

“물 떠다 먹어라~.”

“아빠가 해줘~”

“다 컸잖아.”

“아직 애기거든!!.”

자기가 필요할 때만 애기였다.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가져다줬다.

“자.”

“고마워.”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물을 받아 마셨다.

그리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내가 뭐라고 하든 관심도 없이 자기 할 일을 했다.

나는 그런 아이를 바라봤다.

참 별것 없는 장면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었고,
내일도 똑같이 할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없으면 얘는 어떡하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누가 아픈 것도 아니었고,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갑자기 그 생각이 찾아왔다.

나는 아이를 한참 바라봤다.

지금은 목이 마르면 나를 부른다.

배가 고파도 나를 부르고,
무서운 꿈을 꿔도 나를 찾고,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도 결국 나에게 온다.

자기 물건이 어디 있는지 몰라도,

“아빠!”

화장실 휴지가 없어도,

“아빠!”

심지어 자기 바로 앞에 있는 물건을 못 찾아도,

“아빠!”

도대체 아빠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하하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작은 세상에서 나는 꽤 큰 사람이었다.

아이에게 나는 아빠였고,
집이었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부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생각이 거기까지 가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나는 부모님보다 먼저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하나가 더 생겼다.

적어도 이 아이가 혼자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한다.

아니,

그때가 되어도 살아 있고 싶을 것 같다.

스무 살이 되어도 궁금할 것 같고,
서른이 되어도 걱정할 것 같고,
마흔이 되어도 밥은 먹고 다니는지 물어볼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부모라는 건 참 이상한 직업이면서 하나의 역할?

퇴직도 없고,
휴가도 없고,
그만두겠다고 해서 그만둘 수도 없다. 뭐지 이 느낌..?

그런데 나는 그 직업을 꽤 오래 하고 싶었다.

아이는 어느새 내 옆에 누워 있었다.

“아빠.”

“응?”

“나 졸려.”

“자.”

나는 아이의 이불을 목까지 올려주었다.

그리고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아이는 금방 잠이 들었다.

나는 잠든 아이를 한참 바라봤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칸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정답을 설명하기보다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글을 쓰고 있는 작가 칸테 입니다.

81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4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9화말하기 어려운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