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후 아내가 한 말이다.
요즘은 거의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런데, 아침 식사에 밥은 100g 정도 먹는다.
집에 있는 밥그릇에 밥을 담으면 대부분 250g 쯤 되는데, 그 한 그릇을 아내와 둘이 나눠 먹어도 남는다.
그래서 밥을 하면 그릇에 채우지 않고, 그릇 윗부분에 여유 있는 공간을 두면 그 양이 정도 된다.
둘이 먹는 밥상에 가장 일반적으로 큰 접시에 달걀 3개를 스크램블 나눠 담고, 밥 한 그릇 전자레인지에 데워 내고, 국 또는 된장찌개를 한 가지 만들고, 생선 또는 육류를 조금 구워낸다.
나머지는 냉장고에서 반찬을 통째로 꺼내 올려놓으면 그냥 먹고 싶은 반찬을 접시에 담아 먹는다.
가끔 과일과 토스트를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오랜 습관이라 지금처럼 먹는 것이 익숙해져 있다.
한동안 과일과 야채 중심으로 서너 달 먹었는데, 아내가 힘이 없고 힘들다는 이야기 해서 아채식은 포기하였다.
이렇게 조금 먹는다고 해서 아내는 한번 먹고 양이 차면 다른 것을 먹지 않는 성격이고, 나는 틈틈이 빵 한 조각이나 비스킷, 우유 등등, 조금씩 자주 먹는 편이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마칠 즈음 또 밥 한 숟가락과 국 서너 숟가락 정도 양이 남았다.
“예후 예전 같으면 저것 한 그릇 다 먹고도 더 먹을 텐데.”
“그러기는 하지!”
“근데 이제 그렇게 많이 못 먹는 나이가 되었나 봐”
“나이 들어 소화가 잘 안되기도 해서 그렇지 뭐!”
여기까지는 아주 일반적인 대화 풍경이다.
“그런데 당신은 팥 방구리처럼 들락거리며 자꾸 먹잖아!”
아내가 한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
내 대답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팥 방구리가 뭐지? 라는 의문이 생겼다.
팥 방구리?
설거지하면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말 그대로 해석하면
당신은 팥 방구리처럼 들락거리잖아.
즉 내가 “팥 방구리처럼”이니까 팥 방구리는 뭔가 움직이는 동물이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도무지 그런 동물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없다.
대신 방구리는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명사 주로 물을 긷거나 술을 담는 데 쓰는 질그릇. 모양이 동이와 비슷하나 좀 작다.」라고 나와 있다.
한참을 찾아 아래로 내려가니 비슷한 것이 나왔다.
「생쥐 풀 방구리 드나들 듯
북한어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듯’의 북한 속담.」
풀을 담아 둔 방구리에 쥐가 자꾸 드나드는 모습을 빗대어, 어떤 곳을 매우 자주 들락거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그러니까 저 말을 인용해서 해석하면
당신은 「팥 방구리처럼 들락거렸잖아」라는
이렇게 해야 정상적인 문장이 된다.
「당신은 팥 방구리에 생쥐처럼 들락거렸잖아!」
다시 말하면 아내는
생쥐가 돌아다닌 것을, 말 못 하는 질그릇 방구리가 돌아다녔다] 고 누명을 씌운 것이다.
그러니까 풀 방구리에 풀 대신 팥이 슬쩍 들어앉아 있었던 것이고,
돌아다닌 것은 생쥐였다.
다음에 또 같은 이야기를 하면
이렇게 대답해야겠다.
“당신 팥 방구리가 뭔지 알아?”
“으흠!”
푸하하
26. 10.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