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되던 내향인이 텅 빈 방에서 피식 웃은 이유.

치앙마이 한 달의 마지막 밤, 짐 가방에 온기를 차곡차곡 개어 담다.

by나들레



60대 소녀들과 기약 없는 안녕을

나누고 돌아선 길.


시곗바늘이 자정의 정중앙에서 조용히 몸을 포개는 시간이었지만, 나는 곧장 숙소로 향하지 않았다. 내일이면 묵묵히 벗어두고 온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하루 종일 걸어 퉁퉁 부은 발과 땀에 전 꾀죄죄한 몰골을 하고서도, 나는 치앙마이의 후끈한 밤공기와 시끌벅적했던 식당의 열기 속에서 조금 더 머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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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푹 빠져버린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기사님의 등 뒤로 불어오는 치앙마이의 밤바람을 가르며 숙소로 향했다.


달칵, 조명 스위치를 켜는 순간 서늘한 공기가 텅 빈 방 안을 맴돌았다. 일주일 사이 내 집처럼 익숙해진 공간이건만, 유독 그날 밤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왈칵 밀려오는 이 적막은 외로움이나 쓸쓸함이 아니었다. 체감상 너무 짧았지만 돌아보면 길었던 한 달간의 여행이, 비로소 마침표를 찍고 있음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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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요 속에서 떠날 채비를 위해 짐 가방을 펼쳤다. 밤마다 뒤척이며 입었던 얇은 여름 잠옷, 치앙마이의 조각들을 부지런히 적어 내려갔던 노트북, 지긋지긋한 모기와의 씨름을 덜어준 기피제, 그리고 조금 전 유쾌한 60대 소녀들을 만났을 때 입었던 옷까지. 짐을 하나둘 챙겨 넣으며 이곳에서 보낸 시간도 함께 차곡차곡 개어 넣었다.


일주일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그 낯설고 말끔했던 방은 어느새 내 흔적들로 가득 찼다가, 다시 본래의 빈 공간으로 서서히 되돌아가고 있었다. 방 안은 점차 비워지고 있었지만, 내면은 지난 한 달의 온기로 묵직하게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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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 낯선 이들과 기꺼이 농담을 주고받고, 매일 만난 친구처럼 웃음을 터뜨리던 나의 모습. 가만히 짐을 싸다 그 낯선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모르는 사람들과 섞이면 금세 방전되어 버리던 내향인은, 어쩌다 이 낯선 타지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채우고 호흡을 조절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것인지 새삼 신기할 따름이었다.


가방의 지퍼를 닫고 침대 모퉁이에 잠시 걸터앉아, 다시 고요해진 치앙마이의 마지막 밤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 적막이 걷히고 날이 밝으면,
나는 다시 어떤 얼굴로
나의 일상에 도착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