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을 넘어, 효능감의 정치로

진보진영의 위기? 진영논리의 한계

by아레테 클래식

최근 유시민 작가는 매불쇼에서 진보 진영의 위기와 연합 정치의 필요성을 논하며 현재 한국 정치의 문제를 일부 정확하게 짚어냈다. 보수 진영의 극단화, 진보 내부의 갈등, 연합 정치의 필요성은 분명 현실 정치가 직면한 과제다. 그러나 그의 진단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지금 한국 정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단순히 진영 간 대립이 아니라, 진영 논리가 실력을 압도하는 구조 자체라는 점이다.


오늘날 국민들이 정치에 느끼는 피로감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공격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개선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인공지능과 산업구조 전환은 국가적 대응을 요구하며, 지방 소멸과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치열한 이념 경쟁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실용주의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정치인 중 하나가 바로 이재명이라는 사실이다.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은 전통적인 운동권 정치인의 이미지와 달리 행정 효율성과 성과를 매우 중시했다. 성남시가 사실상 모라토리엄 상태에 빠졌을 때 그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복지 확대 역시 재정 구조 개선을 전제로 추진했다. 단순한 이념적 구호보다 행정 결과를 중시했던 것이다.


또한 그는 시민구단 전환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행정적·문화적 가치와 시민 여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남일화 축구단 인수를 결정했다. 이는 전형적인 진영 논리보다 실질적 지역 발전 효과를 우선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성남 FC의 출범 역시 그런 실용 행정의 연장선에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이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과 시민운동 세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것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민주화 세대가 영원히 정치 운영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국가 운영은 운동과는 다른 영역이다. 산업 정바카라은 산업 전문가가, 과학기술 정바카라은 과학자가, 금융 정바카라은 금융 전문가가, 외교안보 정바카라은 해당 분야의 전문 관료와 전략가가 주도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1980년대가 아니다. 독재와 민주화의 대결이 정치의 핵심 의제였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산업, 에너지 전환, 연금 개혁, 지역 균형 발전과 같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제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운동권 계보와 계파 정치, 진영 충성도를 중심으로 인재를 평가하는 경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시민 작가가 말한 연합 정치 역시 단순히 진보 진영 내부의 연대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연합은 정치 세력의 연합이 아니라 능력의 연합이어야 한다. 보수 출신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기용하고, 기업 출신이라도 공공성을 갖췄다면 중용하며, 정치적 배경보다 전문성과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원하는 통합 정치다.


특히 민주당이 집권 세력으로서 장기적인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누가 우리 편인가’를 묻는 정당에서 ‘누가 가장 유능한가’를 묻는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 과거 민주화 운동 경력이나 정치적 충성심이 아니라 행정 능력, 정바카라 설계 능력, 조직 운영 능력, 산업 이해도, 국제 감각이 인사의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보수 진영의 극우화가 문제라면, 진보 진영의 폐쇄적 진영주의 역시 똑같이 문제다. 한쪽은 분노에 갇혀 있고 다른 한쪽은 도덕적 우월감에 갇혀 있다면, 결국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국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이다. 극우화의 결과 보수가 괴멸적 위치에 처한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 좌파 운동권 중심의 지난 정부의 무능과 무바카라임 역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국민이 정치에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 ‘누가 더 진보적인가’, ‘누가 더 보수적인가’가 아니다. 국민은 묻고 있다. 누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 누가 청년의 미래를 만들 수 있는가? 누가 국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


이념의 시대에서 능력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민주당 역시 운동권 중심의 정체성 경쟁에서 벗어나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과감하게 발탁하는 실력 중심 정당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역설적으로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이 보여주었던 실용주의 정치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에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은 더 강한 진영 의식이 아니라, 더 뛰어난 실력이다. 그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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