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가면무도회 뒤의 결투
[작품 정보]
작가: 장 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 1824~1904, 프랑스)
작품명: 가면무도회 뒤의 결투(The Duel After the Masquerade, 1857~1859)
기법: 캔버스에 유채, 크기: 39.1 × 56.3cm,
소장처: 미국 볼티모어, 월터스 미술관(The Walters Art Museum)
1857년 어느 겨울 새벽, 파리의 가면무도회가 끝났습니다.
밤새 음악이 흐르던 연회장을 빠져나온 남자들은 아직 화려한 의상을 벗지 않았습니다. 피에로와 아를레키노, 베네치아의 도제와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꾸민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파리 외곽의 불로뉴 숲으로 향했습니다.
무도회에서 시작된 말다툼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선택한 해결 방법은 결투였습니다.
술과 흥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두 남자는 차가운 눈밭 위에 섰습니다. 얼마 전까지 웃음을 위한 소품이었던 칼이 이제 사람의 목숨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투는 끝났습니다.
제롬은 두 사람이 칼을 맞대는 장면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승부가 결정된 뒤, 흥분이 사라지고 죽음만 남은 순간을 그렸습니다. 화면 왼쪽에는 피에로 복장을 한 남자가 치명상을 입고 쓰러지고 있습니다. 오른쪽에서는 승자가 동료와 함께 조용히 현장을 떠납니다.
피에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옷을 입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무도회장에서 사람들을 웃겼을 복장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의 흰 옷은 죽어가는 몸을 감싸는 수의처럼 보입니다.
가슴과 옆구리에는 피가 번져 있습니다.
주변의 눈도 희고 옷도 희기 때문에 붉은 피는 작지만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화면 전체가 회색과 흰색으로 가라앉아 있는 가운데, 피에로의 상처만이 결투의 결과를 말해 줍니다.
그의 오른손에는 아직 칼이 들려 있습니다.
손가락은 손잡이를 놓지 못하고 있지만, 칼끝은 힘없이 눈밭을 향합니다. 싸움은 끝났고 더 이상 무기를 들 힘도 없습니다. 명예를 지키겠다며 들었던 칼이 이제는 죽음의 원인만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를 부축하는 사람들도 우스꽝스러운 가면무도회 복장을 벗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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