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의 범위

욕망과 탐욕의 경계

byJuneK

이창동 감독의 조감독 생활을 오래 했던 S 때문에 이창동 감독의 끊임없이 안으로 파고드는 고통스러운 창작과정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다. 매번 그의 영화는 그래서 관객도 함께 괴로웠을까. 이번 영화 역시 썩 내키진 않았다. 내키지 않는 마음보다 궁금한 호기심이 늘 이기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그의 영화가 해외에서 상을 수상하고 세상에 알려지며 리뷰들이 나올 조짐이 보이니 내 마음도 조급해졌다. 그의 영화를 넷플릭스로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애정하는 시네큐브의 상영 스케줄은 벌써 전석이 매진이었다. 겨우 28일 일요일 아트하우스 모모의 맨 앞줄을 예매해 놓고 목이 꺾일 각오로 기다리던 참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용산 멀티플렉스에도 상영 스케줄이 생겼다. 아마 찾는 이들이 늘어나 상영관이 늘어난 것 같았다. 그 덕에 개봉일 + 가장 뒷자리라는 황금조합을 구할 수 있었다.


다만 업무를 하고도, 학교를 가고도 그 이후에 영화를 봐야만 한다는 강행군 일정이었지만, 그렇게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같이 보기로 한 C에게 스케줄을 넘겨주며 끝나는 시간을 알렸는데 거의 새벽 2시에 임박한 시간이었다. 음, 그럼 11시 40~50분쯤 시작이겠지 싶어 학교가 끝나고 집에 들러 편한 옷을 입을 시간 정도는 있을까 했는데.


11시 시작이다. 꼬박 3시간, 이창동 영화 3시간이라니. 불안이 엄습해 왔다.


결과적으로는 그 3시간이 물리적 시간 그대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구성과 편집이 그만큼 좋았다.


가능한 사랑. 계급 간의 갈등과 그 안에 제각기 품은 탐욕들에 대한 이야기다. 탐욕과 욕망은 비슷하게 쓰이지만 꽤 다른 의미를 가진다. 욕망은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 그 자체라면, 탐욕에는 이미 정도에 대한 판단이 들어있다. 탐한다라는 것은 분수보다 넘치거나 지나치다는 것을 전제한다. 가져서는 안 될 무엇까지 가지려 할 때 우리는 그것을 탐한다.라고 표현한다.


우리 모두를 포함해 등장인물들에게는 욕망이 있다. 모두가 자신에게 없는 것을 기가 막히게 알아보고 그것을 원한다. 다만 그 욕망을 해결하는 방식이 다르고, 어떤 욕망은 어느 순간 탐욕에 가까워진다.


영화 초반에 혼자 웃음이 터진 부분은 상우가 파나메라 엔진음을 광광 울리며 등장했던 부분인데, 화면에 등장하기도 전부터 엔진음을 듣고 웃음이 터졌던 건 정확히 현재의 나의 욕망과 맞닿아있었기 때문이다.


미옥 역시 자신에게 없는 것을 귀신 같이 알아본다. 천진한 것 같으면서도 다큐 감독으로 만난 예지의 가방이 비싼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해고 노동자들과 어울리기에 넌 너무 부내가 난다라는 얘기를 할 줄도 안다. 그 차이에 대해 명확히 느끼는 캐릭터. 그런 민감도를 떠나 나는 미옥이 계속 불편했다. 남편이 겪은 일과 그 이후 삶에 비해 지나치게 명랑하고 말이 많고, 사람을 쉽게 믿는다. 불행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인지, 타인의 연민에 대한 방어기제인지, 혹은 원래 그런 사람인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날마다 고가 시계를 바꿔가며 차고 금실 스티치가 들어간 원단 좋은 셔츠를 입어가며 현장에서 패셔니스타 얘길 듣는 다큐 감독 예지는 자신에 대한 다큐의 방향성에 대한 강한 확신과 자신감을 보인다. 대상을 사랑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계급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설명하기도 한다. 설명해야만 하는 사랑을 잘하고 있노라 확인받고 싶어 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낯설었던 것은 해고 당사자인 호석이 가지는 미움의 대상이었는데, 해고나 파업 같은 사건은 회사나 정부를 대상으로 분노가 일어야 정상일 것 같은데, 오히려 그의 미움은 동료를 향한다. 산 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죽은 자는 가장 크게 분노한다.

기생충에서도 다뤄졌듯, 계급을 초월하려고 하기보다는 옆자리의 인생들 서로에게 없는 것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비교하며 우위에 서려고 하는 작고 얕고 슬픈 싸움을 선택한다.


명확히 다른 판에서 놀고 있음을 자각하는 건 상우뿐이다. 별장의 서재에 그득한 바카라 중 그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국시대 착취의 상징인 호루라기로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그다. 어쩌면 해변에서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욕망은 심지어 탐욕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다.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서로에게 없는 것을 발견하고 원하는 것은 사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에도 일어나는 일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가까이 있고 싶고, 더 알고 싶고, 그 사람이 궁금해진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그 사람에게서 발견하고 때로는 그 사람을 갖고 싶다는 마음도 품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욕망을 다루는 하나의 방식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

내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얼마나 고귀하고 얼마나 천박한가.



나는 끝까지 다른 사람 손에 들린 가능한 사랑의 포스터를 욕망했다.

나는 왜 안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