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스 안 해주는 긴자 식빵집

식빵만 먹고 살고 싶어

byJuneK

출장 이틑 날, 일찍 일어나 쇠질을 하고 나니 적잖이 출출했다. 모이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로비로 나가서 밀린 메일을 작성하며 일을 했다. 나보다 더 바지런 한 동행 분들이 있었으니, 아이스라떼가 추천이라는 집에서 아침 커피를 사 온 사람, 귀한 식빵을 사 온 사람 둘이 모이니 아침 한 상이 뚝딱 차려졌다.


긴자 근처가 숙소였던 덕분에 그 식빵을 먹어볼 수 있었는데 첫인상이 놀라웠다. 슬라이스 되지 않은 채 곽티슈 곽 같은 종이봉투에 가득 담긴 식빵이라니. 제법 묵직한 무게와 슬라이스 해주지 않았다는 두 가지 요소만으로 범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CENTRE THE BAKERY

홋카이도산 유메치카라 밀로 만드는 카쿠쇼쿠(네모난 모양에 결이 촘촘하고 셋 중 단맛이 가장 뚜렷하다), 북미산 밀을 쓰는 푸루만(가볍고 담백한 맛, 두껍게 먹을 때 밀 향이 진하게 올라온다), 36시간 저온 발효를 하는 잉글리시 브레드(산봉우리 모양으로 북미산 밀을 발효시켜 하루 한 번 문 여는 시간에만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 3종류만 구워낸다는 빵집. 우리가 맛본 것은 카쿠쇼쿠(角食- 角(각, 네모) + 食パン(쇼쿠팡, 식빵)의 줄임말)인데, 정말 씹을수록 은근한 단맛이 올라왔다. 틀에 뚜껑을 덮고 구워 윗면이 평평하다. 탕종과 액종을 쓴다고 했는데, 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전분을 풀처럼 만든 반죽을 섞는 방식, 설탕으로 낸 단맛이 아니라 전분이 분해되면서 단맛을 풍기니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당일엔 그냥 먹어도 좋고, 이튿날부터는 구워서 먹으라는 가이드까지 되어있다.


하루에 천 개의 식빵이 구워진다. 천 번의 행복을 구워내는 느낌.


이런 세심하고 맛있는 식빵을 파는 빵집이 아침마다 들를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신나는 손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