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고르는 기술

by기백

남자를 고르는 기술



남자를 고를 때 여자들이 의외로 잘 보지 않는 것이 있다.

그 남자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말고,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가. 연애를 시작하면 이 둘은 쉽게 뒤섞인다.

매일 연락한다.
보고 싶다고 한다.
좋은 식당을 예약한다.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
내가 좋아한다고 했던 것을 기억했다가 선물한다.

당연히 좋다.

하지만 이런 행동만으로 그 사람을 좋은 남자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연애 초반의 호감은 사람을 꽤 괜찮은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원래 평소보다 부지런하고, 친절하고, 참을성도 많다.
그래서 사람을 제대로 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나는 농담처럼 말한다.

연애할 때는 가끔 전기고문도 해봐야 한다고.
(물론 비유^^)

일부러 괴롭히라는 얘기가 아니다.
삶이 알아서 전기를 흘려보내는 순간들이 온다.

약속이 어그러졌을 때.
돈이 부족할 때.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 때.
내가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을 때.
내가 서운하다고 말했을 때.
자기가 잘못했을 때.

그때 봐야 한다.

사람의 진짜 성격은 사랑한다고 말할 때보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훨씬 잘 나온다.

화를 내는지.
잠수를 타는지.
말을 돌리는지.
내가 예민해서 문제가 생긴 것처럼 만드는지.
자기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지.
불편하더라도 대화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지.


좋을 때 잘해주는 남자보다 나쁠 때 나쁘게 변하지 않는 남자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게 남자를 고르는 첫 번째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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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나를 향한 태도보다 다른 사람을 향한 태도를 보는 것이다.



연애 초반에 나에게 친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나를 얻고 싶으니까.

그러니 식당 직원에게 어떻게 말하는지 보고, 택시 기사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보고,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

부모와의 관계도 본다. 부모에게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부모와 적절한 경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친구 이야기를 할 때도 본다. 오래된 친구가 있는지보다, 관계가 틀어진 사람을 어떻게 말하는지를 본다.

전 여자친구가 모두 미친 여자였고, 온라인 게임 상사는 전부 무능했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배신자였다면 잠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많은 인간관계에서 언제나 자기만 피해자일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자기 인생의 패턴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을 듣되 그가 반복해서 만들어온 관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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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말보다 생활을 본다.


연애에서는 말이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

사랑해.
너밖에 없어.
우리 나중에 같이 살자.
결혼하면 이렇게 살자.
아이를 낳으면 저렇게 하자.
참 아름다운 말들이다.

하지만 미래형 문장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진짜 봐야 하는 것은 현재형이다.

약속을 지키는가.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가.
돈을 어떻게 쓰는가.
자기 건강을 돌보는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 하는가.
자기가 벌인 일의 뒤처리를 스스로 하는가.

사람의 미래를 가장 잘 예측하는 것은 그 사람이 말하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반복하고 있는 생활이다.

그래서 나는 잠재력이라는 말을 연애에서 꽤 경계한다.

“지금은 이렇지만 원래 능력 있는 사람이야.”
“조금만 자리 잡으면 달라질 거야.”
“나 만나고 많이 변했어.”

여기서부터 평강공주 서사가 시작된다. 나는 여자들이 평강공주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랑하는 남자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과 그 남자의 가능성을 내가 실현해 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변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가 움직인다. 공부하고, 일하고, 사과하고, 고치고, 다시 시도한다.

그런데 한 사람이 계속 대신 이해하고 수습하고 기다려주면 역설적으로 상대는 성장하지 않아도 된다.

관계가 유지되고 있으니까.

사랑은 인간개조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미 어느 정도 잘 배운 사람을 만나는 편이 낫다.

존중을 배운 사람.
바카라임을 배운 사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자기감정은 자기가 처리할 줄 아는 사람.

이건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다.
성인과 연애하기 위한 최소 사양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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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헌신을 너무 빨리 하지 않았으면 한다.

요즘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말이 있다.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



말장난 같지만 관계의 한쪽이 지나치게 빨리 기울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몸도.
마음도.
시간도.
돈도.

처음부터 몽땅 주지 않아도 된다.
사랑을 아끼라는 뜻이 아니다. 나를 없애면서까지 사랑하지 말라는 뜻이다.

내 친구가 남아 있어야 하고,
내 일이 남아 있어야 하고,
내 통장이 남아 있어야 하고,
내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남아 있어야 한다.

내 세계가 있는 상태에서 한 사람을 들이는 것과
한 사람을 들이느라 내 세계를 비워버리는 것은 전혀 다르다. 후자는 처음에는 사랑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의존이 되기 쉽다.

그리고 타인의 외로움과 의존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아주 빠르게 알아챈다.

‘이 사람은 내가 조금 함부로 해도 쉽게 떠나지 못하겠구나.’
그 확신을 상대에게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모든 것을 참아주는 것이 좋은 연애는 아니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말하고,
선을 넘으면 물러서고,
반복되면 떠날 수도 있어야 한다.

떠날 수 없는 사람의 사랑과
떠날 수 있는데 남아 있는 사람의 사랑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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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남자를 고를 때 나는 그 남자보다 나를 본다.

이게 어쩌면 가장 정확하다.
그 사람을 만나고 난 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전보다 편안한가.
잘 웃는가.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가.
예전처럼 친구를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가.

아니면 메시지 하나 보내면서도 문장을 열 번씩 고치는가.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늘 눈치를 보는가.
연락이 오지 않으면 내가 뭘 잘못했는지부터 생각하는가.
서운한 일이 생겨도 버림받을까 봐 입을 다무는가.

연애를 시작했는데 내 세계가 점점 커지는 것이 아니라 작아지고 있다면 그것도 중요한 정보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남자를 고르는 법을 묻는다. 직업을 보고, 경제력을 보고, 집안을 보고, 성격을 보라고 한다.

다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넣고 싶다. 그 남자 옆에 있을 때의 나를 보라고.

어떤 사람은 나를 계속 증명하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나를 계속 기다리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조금씩 나를 포기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떤 사람 옆에서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다.

나는 결국 그런 남자가 좋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남자를 고르는 기술은 어쩌면 대단한 사람을 발견하는 기술이 아니다.

말보다 행동을 보고,
좋을 때보다 힘들 때를 보고,
가능성보다 현재를 보고,
무엇보다 그 관계 안의 나를 보는 것.

그리고 아니다 싶을 때,

내가 고쳐보겠다고 달려들지 않는 것.
붙잡지 않는 것.
떠날 줄 아는 것.

좋은 남자를 고르는 능력에는
좋지 않은 남자를 놓아주는 능력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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