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전에 말했다.
나는 염치는 봐도 눈치는 안 본다고.
순간 뭉클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나는 아이에게 눈치 빠른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 적이 없다. 대신 예의 없는 사람이 되지는 말라고 했다. 남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마음과 자기를 함부로 접지 않는 마음, 둘 다 가지고 살라고.
걸음마를 떼고 뛰기 시작할 무렵
식당에 들어가면 호기심이 많을 아이를 위해 조용히 같이 식당 한 바퀴를 돌았다.
식사하시는 분들이 편하게 드시는 분위기를 알고, 호기심을 채울 때 조용히 탐구해 보는 법.
식사가 시작되면 일어나 뛰거나 돌아다니지 않아도 이미 다 식당을 아는 자의 여유를 만들었다.
이후 조금 커서는 메뉴를 고를 때 남들이 시키는 걸 따라 시키지는 않아도 되는 것을 알려줬다.
싫은 부탁을 받았을 때 억지로 웃으며 끌려가지도,
화를 내며 등을 돌리지도 않고도 정중하게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말할 줄 아는 것.
어른 앞이라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며 목구멍까지 접어 넣는 사람이 아니라 예의를 갖춰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람.
남의 시선을 살피느라 좋아하는 옷을 포기하거나 좋아하는 삶을 줄여 살지는 않되 그 자유가 타인을 무시하는 면허라고 착각하지 않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랐다.
눈치는 종종 사랑보다 두려움에서 자라고
예의는 존중에서 자라는 것이니까.
그래서 딸의 말을 듣고 괜히 마음이 뭉클했다.
나는 염치는 봐도 눈치는 안 본다고.
그 말은 어쩌면 세상을 함부로 밀어내지도,
그렇다고 자기 자신을 함부로 접지도 않겠다는 작은 선언 같아서.